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재판 출석에 앞서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재판에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조 전 장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4차 공판에 출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김 전 수사관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당초 김 전 수사관은 지난 기일에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지만 자신의 재판 일정과 겹쳐 출석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사관은 그간 고소전을 벌이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해왔지만 법정에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한국 검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어느 검찰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언제 무슨 혐의로 수사할 것인지,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 것인지를 재량으로 결정한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검찰은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왔다”며 “표적수사, 별건수사, 별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등 용어가 회자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에 대한 실망을 드러낸 조 전 장관은 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거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는 미미하다”면서 “작년 말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발족은 험난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검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시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법원”이라고 강조했다.
피고인인 조 전 장관 측과 증인 김 전 수사관은 이날 법정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두고 눈에 띄는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전 장관은 3차 공판에 출석하며 김 전 수사관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 직제 제7조는 감찰 대상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감찰 행위는 비강제적 방법으로 첩보 수집을 하고 사실 확인을 하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원칙을 어긴 사람이 오늘 증인으로 소환된 김 전 수사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수사관은 같은 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며 “(조 전 장관이) 유재수 감찰을 해야 하는데 무마했지 않느냐”며 “그것이야말로 감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