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하면 ‘진달래꽃’이, 백석 하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 난다. 또 이상 하면 ‘오감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유명한 시가 시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할 수 는 없다. 김용택 시인은 “유명한 시인들의 강렬한 시 몇 편이 다양하고 다채롭고 역동적인 그들의 시 세계를 가로 막고 있다”며 유명한 시는 시인의 ‘정면’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 등 다섯 시인의 작품을 다룬 시선집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총 5권, 마음산책 펴냄)’를 냈다. 다섯 시인에 대한 기존의 고정 된 시선을 거둬내고 마음 가는 대로 읽어보자는 뜻에서다. 고 제안한다. 이들 시 세계의 정면 뿐 아니라 측면, 뒷면도 한번 두루두루 살펴 보자는 것이다.
김용택 시인은 시선집에 담긴 작품마다 감상 글을 덧붙였다. 하지만 시를 낱낱이 분석하거나 해설하지는 않는다. 독자들이 마음 가는 대로 읽고 느낄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들 다섯 명에 특별히 마음을 준 이유도 밝혔다. 김소월에 대해서는 “100여 년 전의 시인이지만 밤이면 내 머리 맡에 떠 있는 한 식구 같은 달”이라고 표현한다. 진달래꽃 외에도 만리성, 왕십리, 산유화, 첫 치마, 개여울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 그는 “백석을 떠올리면 이용악이 따라오고, 이용악을 떠올리면 백석이 따라온다”며 “이용악이 ‘육성’에 가깝다면 백석은 ‘섬세한 미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윤동주의 시에 대해서는 ‘착하고 선한 시’라고 전한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젊은 나이에 옥고를 치르다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의 삶과 고통이 저릿하게 다가온다고 숙연해 한다. 이상의 시에 대해서는 ‘젊은 영혼의 생생한 고백’이라고 평가한다. 김용택 시인은 “이상은 지금도 미래”라며 “자신 있게 세상을 비웃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긍정한다”고 말했다. 각 권 9,5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