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일(현지시간)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3위 주인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바이러스 재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최소 5만5,2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날 세운 5만2,789명의 최대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날에만 6,163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며 누적 확진자는 24만명을 넘어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가수 스눕독, 모델 킴 카다시안 등 명사들을 동원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자택대피를 권장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남부 텍사스주에서는 7,91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그동안 경제재개에 적극적이었던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결국 확진자가 20명 이상 발생한 카운티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텍사스주 내 67%의 카운티에 적용되며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더해 텍사스주 주도인 오스틴에서는 35일간 자택대피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 수 3위인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는 1만10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종전 기록을 깼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 수는 17만명에 육박했다. 마이애미 경찰은 공공장소 내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벌금을 물리고 코로나19 규제를 지키지 않는 업소의 영업을 중지시키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37개 주는 지난 1주일간 신규 확진자가 그 전 1주일에 비해 늘었고 10곳은 증가율이 50%를 넘어섰다고 CNN은 전했다. 이처럼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주정부들이 경제활동 재개 계획을 잇따라 보류·후퇴시켜 재가동에 제동을 건 주정부는 23곳으로 늘었다.
코로나 변이 가능성으로 재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국의학협회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코로나19가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도록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스크립스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를 더 잘 복제할 수 있게 하는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더 잘 복제되고 더 잘 전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스크립스연구소는 변이가 바이러스 외부 스파이크 구조의 단백질에 영향을 미쳐 인간 세포에 더 잘 침투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하다고 발표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단백질로 코로나19는 이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숙주에 침입한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병원들도 다시 포화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기 시작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소 12개 주에서 일일 신규 입원환자가 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CDC는 앞으로 2주간 코로나19 입원환자가 플로리다·텍사스주에서는 매일 약 2,000명, 애리조나·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약 1,500명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