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내홍에...한노총 "경사노위로 가자"

민노총 대의원대회 놓고도 분란
한노총은 '존재감 강화' 반사익
경사노위의 노동계 파트너 부각
'해고금지법' 추진 영향력 강화도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앞두고 다른 회의실에서 지도부 간부들과 회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합의안 서명 불발 이후 민주노총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돌아가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 노총의 지위를 민주노총에 빼앗기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에 주력하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듯했던 한국노총은 당분간 ‘대화할 수 있는 노동단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의 내홍이 한국노총에 ‘반사이익’을 준 셈이다.


◇민주노총, 끝나지 않는 자중지란=3일 민주노총은 전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합의문에 동의를 얻지 못했고 김 위원장이 오는 2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합의문의 중집 추인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의원대회 소집은 의결기구를 높이는 ‘정면 돌파’ 방법이다. 중집은 중앙임원·산별·지역별 위원장의 회의체로 56명으로 구성된다.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500명당 1명의 대의원이 모인다. 대의원대회가 중집의 상위 의결기구다. 지도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온라인회의 개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원대회에서 합의문이 가결될지를 예단하기 어렵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김명환 위원장의 파행적, 비민주적 조직운영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은 중앙집행위원 56명 중 30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재벌과 자본의 책임이 빠진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며 “조직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일방적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선언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번 사회적 대화 합의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의원대회가 열리더라도 통과될지 의문이다. 지난해 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대의원대회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전교조 소속 대의원의 끊임없는 토론 신청으로 표결조차 시도하기 어려웠다. 대의원대회에 참여·불참·조건부참여·조건부불참 네 개안을 올렸지만 어떤 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노총의 정문주(오른쪽) 정책1본부장과 유정엽 정책2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 “경사노위에서 대화하자”=한국노총은 이날 사회적 대화 브리핑을 열어 합의문에 대한 조인 없이 민주노총을 뺀 5자가 합의한 대로 경사노위에서의 이행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 본부장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합의문은 민주노총을 제외하면 사실상 참여 주체가 합의한 사항”이라며 “주요 내용이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정부가 속해 있는 위원회를 통해 실천되고 이행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법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복귀’를 강하게 주장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대화의 노동계 파트너는 한국노총이 된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 본부장은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개최 계획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고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맺고 있는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총 9명 배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의 내홍이 길어질수록 한국노총의 반사이익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애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경사노위에서 재계와 합의해가며 ‘어용노조’라는 비아냥을 견뎌왔는데 민주노총이 요구했다고 해서 경사노위를 에두르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전체 조합원 수(2018년 기준)에서 민주노총에 밀린 데 대해 조합원들이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숫자 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고 싶지만 한국노총이 얼마나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지 가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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