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로 해제 위기에 놓인 공원을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데 대해 토지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일 실효제 적용 이후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구역에서도 소송을 준비하는 토지주들이 있어 앞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둘러싼 소송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서초구 말죽거리근린공원 지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소송 대리인단인 법무법인 명경은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취소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헌법재판소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도입됐다. 지자체가 사유지를 공원용도로 묶고 20년간 보상하거나 매수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공원지정을 해제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118.5㎢) 중 69곳(69.2㎢)을 도시관리계획상 용도구역인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실효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도시공원 내 사유지를 용도구역상 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말죽거리공원은 지난해 6월 전체 땅 가운데 일부인 2만1,795.5㎡에 대해서만 토지보상 절차를 밟고 그 외 면적 28만822.6㎡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된 상태다. 이에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토지 일부를 소유한 45명의 토지주가 연합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구역 외의 토지주들도 별도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부지는 지자체가 해제하지 않는 한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축이나 건축물 용도변경과 같은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 국토교통부가 올 5월 매수청구 대상 기준과 특정용도 시설물 건축 등에 대한 행위제한을 완화했지만 이 또한 특별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말죽거리공원 측 소송대리인 김재윤 변호사는 “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지목이 ‘대지’인 토지에 한해서만 청구할 수 있고 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보상액 차이는 크게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공원 해제’라는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합법적인 절차와 요건에 따라 지정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보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말죽거리공원을 시작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대한 소송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취소 처분 소송을 제기하려면 처분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 처분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대한 집단 위헌 소송을 제기하자며 참여자 모으기에 나섰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