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땐 '감찰' 빌미, 지휘 따르면 '리더십' 타격…고민 깊은 尹

秋 "독립 수사" 계속된 압박 속
검사장들 "지휘권 수용 어려워"
법무부 재건의땐 후폭풍 불가피
내부의견 수용 안할땐 신뢰 흔들
법조계 "쉽게 결론 못 내릴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행 여부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전국 검사장 ‘릴레이 회의’를 열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 장관이 이날 회의에 앞서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윤 총장을 재차 압박한 가운데 정작 회의에서는 ‘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 의견을 수용하자니 항명 파동이 우려되고 추 장관의 지휘를 따를 경우 검찰 수장으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추 장관의 지휘를 따를지를 놓고 시작된 전국 고검장·지검장 릴레이 회의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검사장들은 모여든 취재진을 피해 대부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청사로 들어갔다. 특히 추 장관이 회의 시작 직전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긴장은 배가 됐다. 추 장관이 낸 입장문의 요지 가운데 하나는 ‘전날 수사지휘는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검사장 회의에서 나올 수 있는 중재 방안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재지휘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검사장 회의에 앞선 선제적인 입장 발표에 따라 윤 총장이 회의를 거쳐 건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윤 총장 회의에서 말을 아꼈다. 대신 오전 고검장 회의 등에서는 의견을 듣는 데 주력했다. 오후 지검장 회의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인사말 뒤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예상대로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는 발언들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이라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특히 수사지휘를 그대로 수용하기 힘든 만큼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일부에서는 검찰청법 7조에 따른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법안에서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법률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진 배경이다.


대검은 회의 내용을 늦어도 6일까지 윤 총장께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윤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하나 선택은 쉽지 않다.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목소리를 담아 추 장관의 지휘를 ‘따를 수 없다’고 밝히면 ‘항명’으로 법무부·대검찰청 사이의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추 장관이 감찰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명분만 줄 수 있다. 감찰이 이뤄지면 법무부는 윤 총장의 명령 불이행을 검사징계법상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징계위원회가 소집될 경우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인 만큼 윤 총장 운명은 추 장관의 손에 놓이게 된다. 반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시 이행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양측의 갈등은 잠시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은 검찰 내부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회의 내용만 보고 윤 총장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에서 추 장관 지시에 대해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기는 하나 이는 자칫 양측 갈등에 기름만 붓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의견에 따라 법무부에 재차 건의할 수 있으나 후폭풍이 큰 터라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다고 지휘를 이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내부의 반발이 클 수 있다”며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른다고 해도 법무부·대검 사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만큼 윤 총장이 고민을 거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하나의 매듭만 풀뿐 본질적 해결이 아닌 터라 지시 이행 여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 중순께 고위급 검사를 시작으로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추 장관은 형사·공판부 중심의 인사를 예고했다. 이 경우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 해체에 속도가 붙으면서 양측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게다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도 불가피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양측 간 갈등은 여러 고비를 맞을 수 있다”며 “검언유착 관련 수사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봉합되더라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나 고위 검사 인사 등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과정에서 커지는 갈등의 골은 앞으로 있을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절정에 이를 수 있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은 물론 수사 범위 등 각종 지점에서 충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과제가 쌓여 있는 만큼 법무부·대검찰청 사이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현덕·박준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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