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운동화가 경차 1대 값...한정판의 유혹

마니아층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
출시 전부터 수십배 웃돈 붙기도
비싸게 되파는 리셀테크도 열풍
올 세계시장 규모 48조 달할 듯


“‘에어조던 디올(에어 디올)’ 270㎜ 사이즈 1,500만원 정도면 괜찮은 가격일까요?”

“디올이 조던 시리즈를 또 만들지도 모르는데 첫 에디션이라 그 이상 가치는 분명 있다고 봅니다.”

가입자 86만명의 한정판을 테마로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한정판 운동화 가격이 ‘경차 한 대’ 값은 될 것이라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브랜드 크리스찬디올은 나이키와 협업한 ‘에어 디올’을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에어 디올은 3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6시간 만에 다 팔렸다. 에어 디올 가격은 스니커즈 목이 긴 하이 모델의 경우 300만원, 로 모델은 270만원이다.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 추첨을 통해 총 1만3,400족만 판매됐다. 당초 예정된 추첨 응모시간은 72시간이었지만 응모자가 밀려들어 6시간 만에 종료됐다.

디올이 지난해 ‘2020 가을 남성 패션쇼’에서 나이키 협업 스니커즈를 공개한 후 이는 발매 전부터 마니아층에서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패션업계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통했다. 벌써 ‘리셀(re-sell·되팔기)’ 가격이 최소 1,000만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지어 디올이 연 2억원 이상 쓴 우수고객(VIP)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극소수 물량만 시장에 풀기 때문에 출시되면 가격이 30배는 족히 뛸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기다리는 줄의 길이가 곧 돈이 되는 ‘리셀테크’ 시대다. 한정판을 사서 되파는 리셀은 마니아층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리셀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발매 후 일주일 만에 가격이 4배는 손쉽게 오르다 보니 한정판을 구입해 웃돈을 얹어 파는 리셀러들 사이에서는 리스크 있는 주식투자 수익률쯤은 가소롭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나이키가 ‘This is Trash(이것은 쓰레기다)’라는 파격적 문구를 내걸고 우주쓰레기로 만든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ie)’는 전 세계 8,000족 한정판으로 국내에는 100족이 풀렸다. 국내 물량은 예상보다 빠른 한 시간 만에 완판됐다. 가격대는 15만9,000~ 21만9,000원으로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리셀가는 4배 이상 올라 100만원을 호가한다.

스니커즈에서 시작된 한정판 리셀은 명품은 물론 커피전문점 ‘굿즈(기념품)’, 행사 사은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올해 세계 리셀시장 규모는 약 390억달러(4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명품보다 접근성이 높고 마니아층이 탄탄한 스니커즈 리셀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4,624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졌다. 오는 2025년에는 4배 이상 성장한 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는 구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이라며 “희소성을 원하는 사람의 심리를 극대화해 한정판 마케팅은 자동차·가방뿐 아니라 행사 사은품까지 확대돼 오히려 사은품을 갖기 위해 고액을 지불할 정도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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