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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만 바라보고 버텨왔는데 암울하네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스트레스 푸는 게 삶의 낙이었는데….”
직장인 류모(29)씨는 요즘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예년 같으면 코앞으로 다가온 휴가 준비로 한창 들떠 있었겠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계획이 물거품된 탓이다. 특히 지난 5월 황금연휴 직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본 후 국내여행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돼야 할 휴가시즌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여름휴가 일정이 불투명해진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취업난을 뚫고 올해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김모(26)씨는 “취업 준비하면서 같이 고생한 가족들과 함께 좋은 곳으로 휴가를 떠나 보상받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가족끼리 휴가 가려면 한두 달 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런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이달 몽골로 휴가를 떠나려던 연모(30)씨도 “지난해 예약해둔 항공권과 투어 비용을 아직도 환불받지 못해 불안하다”며 “휴가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설레야 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일부 직장인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숙소 안 ‘방콕’이나 ‘자가용 이용’ 등 감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올 여름휴가를 친구들과 가평 펜션에서 보낼 계획인 직장인 이모(35)씨는 “제주도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은 엄두가 안 나 서울 근교의 좋은 숙소를 구해 그 안에서 푹 쉬다가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도 “남해 쪽으로 휴가를 가기로 했는데 가더라도 가급적이면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면서 “원래는 거리가 멀어 KTX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혹시 모를 감염 우려 탓에 렌터카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40대 직장인 유모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걱정돼 올 여름휴가는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콘도나 펜션 대신 차에서 숙박을 하는 ‘차박’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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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해외 대신 국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자칫 이번 휴가철이 대규모 재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4월 말 한자릿수로 줄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월 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오던 시민들이 연휴 동안 전국 곳곳으로 흩어져 이동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올 3월 반 토막 났던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은 5월 들어서는 황금연휴 덕에 감소 폭을 크게 줄였다.
이에 정부도 지난달 29일 100인 이상 기업 2만곳에 대해 여름휴가를 오는 9월까지 분산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충분히 휴가를 즐기되 다른 무리의 사람들과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걸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