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특별지시에 따라 실수요자·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에 나서면서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각종 지원혜택이 30대 무주택 가구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된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은 “우리는 들러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정부가 “정책이 30대 몰아 주기로 가는 거죠” 등 40대의 분노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별공급 확대…가점제 줄어들 듯 = 5일 국토부는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택 청약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불러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도록 특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공급하는 국민주택은 특별공급 물량 비중이 현재 신혼부부 30%, 생애최초 20%, 기관추천 15%, 다자녀 10%, 노부모 부양 5%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공급 물량으로만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여기서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물량을 더 높일 경우 국민주택은 사실상 가점제 없이 특별공급으로만 공급될 전망이다.
현재 43%(신혼부부 20%, 다자녀 10%, 기관 10%, 노부모 부양 3%) 수준인 민영주택 또한 신혼부부 비율을 늘리고 생애최초를 추가할 경우 특별공급 비중이 50%를 훌쩍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책금융인 디딤돌(구입자금)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등 금융 관련 혜택도 검토 중이다.
◇ 소외된 40대 ‘몰아주기’ 비판 나서 = 이 같은 대책이 실행되면 무주택 신혼부부 상당수를 차지하는 30대~40대 초 세대들이 대거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면 청약점수를 쌓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기존 중장년층 가구들은 가점제 물량이 대거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40대 이상 세대들의 우려가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부 정책이 ‘30대 몰아주기’로 가고 있는 것이냐”며 “가점제를 믿고 버티던 40대 이상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자녀있는 40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급한 것 아니냐”며 “정부가 30대와 4050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40대 이상의 경우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안정적인 주택 확보가 절실한데, 정부가 대출을 옥죄는 데 이어 청약 문턱까지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반면 30대의 경우 가점이 낮아 청약 경쟁에서 불리한 만큼 별도 혜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책이 한 쪽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수요를 통제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수요자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며 “결국 수요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