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100조원+α’의 재정이 투입된다. 다만 정부가 제도개혁 없이 대통령의 핵심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13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수소차와 그린에너지 등 신산업 관련 기업들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양대 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 기본방향에 2022년까지 31조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45조원 등 총 7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관련 사업을 추가 발굴하면서 30% 가까이 증액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된 뉴딜사업 중 하나인 ‘후버댐’이 수력전력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던 것처럼 디지털뉴딜은 ‘데이터 댐’, 그린뉴딜은 ‘그린에너지 댐’을 기본축으로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판뉴딜추진기획단(가칭)도 구성된다.
디지털뉴딜의 경우 데이터·인공지능(AI) 생태계를 키우고 비대면 의료·교육을 육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15개 분야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14만개의 공공데이터를 순차 개방한다. 또 전국 모든 초중고교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해 디지털 기반의 교육 인프라를 보완한다. 정부 관계자는 “디지털뉴딜의 일자리 효과가 월등히 높아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가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의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이 가능하도록 한 데서 거동이 불편한 국민이 신속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화상으로 간단히 진료받을 수 있을 정도로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료영리화 논란과 함께 상급병원에 환자가 쏠릴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점은 변수다.
그린뉴딜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경제ㆍ산업구조 전환, ‘2050년 탄소제로’ 등 기후변화 대응, 공공시설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는 그린리모델링 등이 핵심이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친환경 차량·선박 확대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들이 담긴다. 더불어 어린이집·보건소·공공임대주택 등 공공건축물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체육센터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고효율에너지 시설로 전환한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에서 기업들에 대한 환경규제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내걸었던 수년간의 그랜드플랜이 다음 정권으로 이어진 전례가 없어 정권이 바뀌는 2022년 이후에도 한국판 뉴딜사업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미국 뉴딜개혁에 담겼던 제도정비가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사업효과가 불확실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4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예산을 포함해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인 뉴딜사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사업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며 “계획이 부실하거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