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사모펀드 쓰나미’의 무풍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운용 펀드와 최근 옵티머스운용 등 사모펀드의 환매 연기 및 중단사태를 잇따라 맞고 있다. 현재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만도 22개에 달하지만 국민은행은 오히려 사모펀드 판매액이 증가하는 등 불완전판매의 청정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촘촘한 자체 가이드라인과 함께 펀드 판매 이후에도 운용사와의 소통을 통해 고객 자산관리를 최우선에 뒀던 게 주효했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국민은행 상품선정과 고객자산관리 중심의 평가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①촘촘한 상품 선정=6일 금융투자협회의 최신 집계 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4월 말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7조3,683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1,642억원) 대비 42.7% 늘었다. 사모펀드 대란인 가운데 판매가 늘어난 시중은행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나홀로 상승세의 배경은 불완전판매 논란을 일으킨 DLF 사태와 1조원대 투자 피해가 예상되는 라임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비껴간 영향이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신생 운용사들이 선호하는 판매사 1위는 압도적인 채널을 보유한 국민은행”이라면서도 “상품선정위원회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금융당국으로부터의 운용사 등록신청보다 어렵자 아예 포기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유럽 및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DLF 판매를 중단시킨 데 이어 라임 펀드까지 제외시켰다. 기대 수익률 대비 고객이 감내해야 할 투자 리스크가 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국민은행 상품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상품전문가뿐만 아니라 부동산전문가·소비자보호담당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한 상품위원회는 역으로 리버스형 DLF를 제시해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②이상 징후시 운용사와 ‘협치’=운용사와 장기간 호흡을 맞추며 사후 판매 관리에 집중한 점도 유효했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은행 상품선정위가 꼼꼼하더라도 새로운 상품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운용사와의 소통을 통해 상품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옥석을 가리는 데는 박정림 KB금융(105560)지주 자본시장 부문장 겸 KB증권 대표가 중심을 잡았다. 그는 KB금융 내 손꼽히는 WM 전문가로 은행과 증권 간의 상품 선별 능력을 포함해 운용사 평판까지 꿰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본시장 분야의 운용사 현황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는 은행의 한계를 ‘은행+증권’의 ‘매트릭스조직 체계’로 해소한 셈이다. 박 대표는 라임의 이상 신호가 시장에 알려지자 그동안의 투자와 관련한 시계열자료를 제출해 확인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이후 라임의 응답이 없자 아예 상품 판매 부적합 판정을 내려버렸다.
③수수료보다 고객 자산관리=국민은행은 ‘상품부터 팔고 수익성을 챙기겠다’는 판매사의 안일한 관습을 떨쳐냈다. 라임운용처럼 소통조차 되지 않는 운용사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고객 보호에 우선했다. 소비자 보호부에 신상품 출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이를 통해 소비자 권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신상품에 대한 리스크 검토가 판매사 관점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영향 분석에 집중했다. 즉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의 리스크를 정밀하게 따져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상품 판매 설명서에 있는 의례적인 문구에도 고객이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 차단했다. 최근에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외부자문단을 포함한 ‘소비자보호 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탄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자 금감원도 국민은행에 대한 ‘스터디’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민은행 사례는 모범적”이라며 “귀감이 될 만한 사례는 금융권에 권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