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초장기물(20년물)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인 수요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차입금 만기를 장기화하면서 회사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 구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003550)전자는 이날 6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만기는 20년으로 금리는 2.66%다.
만기 20년 이상인 회사채는 대개 초우량 기업들의 전유물이다. 올해 20년물을 발행한 곳은 △SK텔레콤 △한국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KT △한국중부발전 등으로 모두 AAA급 신용도를 보유했다. 채권 만기가 긴 만큼 가격변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펀더멘털 우려가 적은 초우량 기업들에만 투자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하강 전망과 이에 따른 기업 신용 리스크가 커지면서 발행 회사채들의 만기가 더 짧아졌다. 채안펀드 등 정부의 지원 대상이 3년 이내 단기물에 집중된 영향도 컸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단기물 대비 장기물 비중이 약 2배 정도였지만 3월 이후 절반 이상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HDC현대산업개발도 미매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7년물을 2년물로 선회했다.
LG전자는 이같은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초장기물 발행에 성공했다. 공급이 급감하면서 자금 운용 기간이 긴 보험사·연기금 등의 투자 수요가 시장에 늘어났다고 분석한 것이다. LG전자는 그간 10년 이상 장기물을 적극적으로 조달해왔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15년물 장기물 조달에 나서 넉넉한 투자 수요를 확보한데 이어 2018년 처음으로 사모채 20년물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AA급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사업경쟁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눈여겨본 투자자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LG전자는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하이프라자 등 국내외 자회사들과 수직통합된 그룹의 전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력과 확고한 브랜드파워,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수요기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중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단기적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전방시장 악화로 당분간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부품 등의 수요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TV, 생활가전 부문의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과 지난해부터 완화된 설비투자 부담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