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슨 디섐보가 6일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머리에 얹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디트로이트=AFP연합뉴스
디섐보의 드라이버 샷. /디트로이트=AFP연합뉴스
350.6야드. 가장 멀리 나간 샷을 측정한 거리가 아니라 나흘간 친 드라이버 샷의 평균 거리다.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6일(한국시간) 끝난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4라운드 동안 평균 350.6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린 끝에 트로피를 들었다. 이렇게 멀리 치면서 우승까지 한 것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디섐보는 종전 기록인 지난 2005년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당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운 평균 341.5야드를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 속 골프의 황제는 누가 뭐래도 ‘헐크’ 디섐보다. 그는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석 달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후 4개 대회에서 공동 3위-공동 8위-공동 6위-우승을 했다. 4개 대회 합계 69언더파로 압도적인 1위다. 이날 우승상금 135만달러(약 16억1,000만원)를 챙긴 그의 시즌 상금은 449만달러(약 53억8,000만원)로 늘어났다. 드라이버는 쇼일 뿐이라는 골프 금언이 있지만 디섐보는 쇼와 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돈과 직결되는 퍼트도 잘한다. 이번 대회 ‘퍼트로 얻은 타수 이득’ 부문에서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1년8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6승째를 거둔 디섐보는 세계랭킹 10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시즌 상금 2위로 도약해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었고 시즌 성적 누계인 페덱스컵 포인트도 12위에서 4위로 훌쩍 높아졌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2위였던 디섐보는 이날 디트로이트GC(파72)에서 계속된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보기 1개)로 7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23언더파로 마쳤다. 3라운드 1위였던 매슈 울프(미국)를 3타 차로 따돌렸다. 1년 전 3M 오픈 때 울프에게 밀려 1타 차로 준우승했던 패배도 갚았다. 21세 울프는 1996년 우즈 이후 최연소 PGA 투어 2승을 눈앞에 뒀으나 역전패로 기록을 미뤘다. 울프는 “디섐보가 너무 잘 쳤다. 인정한다”고 했다.
첫 네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아 울프를 따라잡은 디섐보는 전반 9홀을 마치면서 이미 3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1타 차로 쫓기기도 했으나 16번홀(파4)에서 9m 버디 퍼트를 넣고 17번홀(파5)에서도 2온 2퍼트로 버디를 보태 우승을 예약했다. 18번홀(파4)에서는 366야드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며 세 홀 연속 버디로 마무리했다.
처음 우승한 2017년만 해도 88㎏이던 디섐보의 체중은 현재 108㎏(키 185㎝)이다. 평균 299.4야드였던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올 시즌은 323야드로 늘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58.3%에서 61%로 좋아졌다. 디섐보가 밝힌 식단을 보면 그는 하루에 단백질 셰이크만 최소 7통을 섭취한다. 아침 식사로 달걀 4개와 베이컨 5장, 토스트를 먹고 라운드 때나 연습 때도 샌드위치와 바 형태의 단백질 스낵을 틈틈이 입에 넣는다. 저녁 식단은 스테이크와 감자다. 디섐보는 차원이 다른 장타를 위해 코로나19 휴식기 동안 이렇게 작정하고 몸을 불렸다.
전공(물리학)을 살려 6번부터 피칭웨지까지 아이언 길이를 똑같이 맞춰서 들고나와 ‘필드의 과학자’로 불렸던 그는 이후 늑장 플레이가 도마에 오르면서 ‘밉상’ 이미지가 박혔으나 이제는 ‘괴물 장타자’로 거듭났다. ‘3단 변신’인 셈이다. 과연 어디까지 날아갈지 그의 드라이버 샷 하나하나에 미디어와 팬들이 관심을 기울인다. 디섐보는 “몸을 바꿨고 골프를 대하는 자세를 바꿨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골프가 우승까지 가져다줬다”며 기뻐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경훈이 4타를 줄여 10언더파 공동 45위로 가장 잘했다. 9언더파 공동 53위의 임성재는 페덱스컵 3위를 지켰다. 노승열·김시우는 8언더파 공동 57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