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3번 대책이 임박하면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세금을 더 늘리는 등 수요 억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22차례 나온 대책과 다를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경우 계속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언제든 내 집을 살 수 있게 대출 문호를 더 넓혀주고 세 부담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켜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본지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수요억제 정책에 대해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현재 정책은 (수요억제라는) 한쪽 면만 보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현금부자만 돈을 버는 등 정책의 비극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적정한 대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지역 확대는 오히려 학습효과만 더 키우고 있다. 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싶은데 오히려 못사게 막고 있다”며 “수요 관리는 너무 과하면 안 된다.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좀 더 내 집 마련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늘리는 정책 방향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양도소득세는 거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범주에서 거래세로 볼 수 있지만 정부는 취득세만 거래세로 인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세차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보니까 결국 거래세와 보유세가 모두 높아져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도 “보유세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부담을 월세에 전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퇴로를 열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도세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수정을 제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공급을 억제하고 수요를 억제한 것이 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대출 규제를 풀어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안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억원과 9억원·15억원 등 대출 제한을 위한 가격 기준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교수는 “높은 가격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기보다 낮은 가격이 기준선에 맞춰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며 “현금이 있지 않으면 대출로 집 사기는 힘든 구조가 됐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공급 확대 정책의 수정을 주문했다. 3기 신도시 등 물량 위주에서 벗어나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서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격이 오르면 ‘왜 오르냐’하고 누르기보다 상승하는 시장의 힘을 이용해 재건축·재개발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그것이 정책실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개발기간 동안 재건축 투기 우려도 있지만 그럼에도 해답은 공급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이런 곳에서 몇천 가구만 신규로 입주해도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김흥록·진동영·권혁준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