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가 스위스로 향하는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005380)가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10대를 생산해 스위스로 수출했다. 현대차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수소트럭을 오는 2025년까지 스위스에만 1,600대 공급하는 등 유럽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현대차는 6일 엑시언트 수소전기 대형트럭 10대를 전남 광양항을 통해 수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40대를 추가 공급하고 2025년까지 총 1,600대를 스위스로 보낼 예정이다. 아울러 수소산업이 발달한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에도 진출하고 북미 트럭 시장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30조원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은 미국의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는 아직 공장도 없어 현대차의 수소 트럭 성장성은 높게 평가된다. 현대차의 수소 트럭은 190㎾급 수소연료전지와 최고출력 476마력의 구동모터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약 400㎞를 갈 수 있다. 산업부는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부품 개발에 906억원을 지원했으며 향후 5년간 대형 모터 국산화와 연료전지 내구성 개선 등에 1,000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이번 수출은 ‘글로벌 수소전기 상용차 시장 선점’이라는 비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스위스 수출에 그치지 않고 ‘수소 트럭 리스’ 개념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불편함이 없는 수소 인프라·생태계를 글로벌 시장에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과 북미 상용차 시장은 수소전기 트럭 시장의 전초기지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어 상용차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강력한 환경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경유차 위주의 상용 트럭들이 친환경차로 교체될 수밖에 없다.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상용차의 경우 친환경차 중에서도 배터리 충전식 전기차보다는 수소전기차가 적합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까지 약 300만~400만대의 운송용 수소전기 트럭이 전 세계에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엑시언트는 스위스 도착이후 냉장 밴 등으로 곧바로 특장 작업돼 슈퍼마켓과 주유소 결합 체인과 식료품 유통 업체 등에서 이용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엑시언트가 현지에 빠르게 자리 잡도록 전통적인 차량 판매가 아닌 사용자가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pay-per-use)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공급한다. 차량은 현대차와 현지 수소 솔루션 기업 H2에너지가 합작한 법인 현대하이드로젠모빌리티 소유다. 사용자가 내는 이용료에는 충전비용·수리비·보험료·정비료 등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 엑시언트를 사용하는 기업으로서는 트럭 운전기사만 고용하면 경유차 등을 쉽게 수소전기 트럭으로 전환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 트럭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현지 수소 생태계 구축작업도 병행한다. 이미 현대하이드로젠모빌리티는 지난해 스위스 내 수소충전소를 마련하기 위해 21개 에너지사와 물류기업이 연합해 설립한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특히 이 협회는 에너지 기업과 복합 유통 체인, 물류 업체 등으로 구성돼 있어 회원사들이 대형 트럭을 이용하는 고객사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인 H2에너지가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알픽·린데와 함께 상업용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드로스파이더를 설립해 생태계에 합류시켰다. ‘수소 생산-차량 공급-고객사-수소 충전’이 연결된 지속 가능한 4각 협력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
/박한신·손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