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종 면접에 가지 않고 그녀가 창업한 이유

[라이프점프-스여일삶 공동기획] (3)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下)


띵스플로우가 서비스하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지닌 이들에게, ‘난 늘 네 편이야'라는 듯 말을 건네고 위로를 줍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챗봇 친구들의 따뜻한 한마디에 위안을 얻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경험을 갖게 되죠.


그래서일까요? 헬로우봇은 서비스 시작 2년 6개월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이수지 대표님과의 인터뷰 하편에서는 그 성장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건강한 조직 문화, 채용, 투자, 창업가로서 마음가짐 등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기업가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 귀엽고 재밌는 헬로우봇 캐릭터들이 이수지 대표님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일상에서 ‘이수지 대표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세상을 타고 흘러 다니는 사람이에요. 서퍼처럼 세상을 파도 타듯이 사는 것 같아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잘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최대한 레이더를 켜고 팀원들이 잘해나갈 수 있게 흐름에 맞춰 열정적으로 사는 것 같아요. ‘안 되어도 잘 수긍하고 고민하고 다시 해보면 되지!’ 할 수 있는 열정적인 자유의지론자이면서 운명론자이기도 해요


- 띵스플로우가 두 번째 창업이신데요, 왜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고 인턴십을 하면서 나왔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2012년 삼성 SDS에서 신사업 인턴십을 했거든요. 인턴십 이후 공채를 지원하면 최종 면접을 거친 뒤 채용을 해주는 인턴십이었죠. 그곳을 나와 팀으로 어플을 만들어가면서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창업 전의 삶이 문제를 발견하고 불만을 가지는 것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이걸 해결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어도 이 전에 안 했던 수준의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하더라고요. 변화하는저 자신이 맘에 들었어요.


또 그 당시 제가 만났던 또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너무 멋있었어요. 저는 뭔가 만들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들은 크고 멋진 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일단 저는 ‘대기업을 가야 해!’, ‘취업을 해야 해!’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었거든요.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도 꿈꾸는 사람들을 보니까, 이 커뮤니티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계속하게 됐어요.


시간이 지나서 실제로 굉장히 막연했던 그 미래를 실현하신 창업자들을 보게 되었어요. 꿈을 이루는 걸 보면서 ‘비현실적인 일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삶의 방식으로 창업을 선택했다면, 두 번째는 다른 창업가의 꿈이 실현되는 걸 보면서 ‘내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창업하게 되었어요."




- 창업 이래로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띵스플로우만의 조직 문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두 달에 한 번씩 피어 리뷰를 진행했었고 최근에는 3개월에 한번씩 서로에 대한 평가와 리더십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회 정도 진행을 했어요. 피어 리뷰 때는 솔직하게 대표와 동료에게 말하는데요. 이 문화가 문제를 표면으로 드러나게 해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기회를 줘요. 해결이 안 될지라도 문제를 인지할 수 있어 의미가 있죠.


그리고 피어 리뷰 후 대화를 하는 피어 리뷰의 리뷰라는 시간이 있어요. 제가 ‘지금 투자 못 받으면 4개월 후 망할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그런 말 들으면 사기가 떨어져 일하기 싫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말로 사기를 떨어뜨린 건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저는 투명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유하는 방침에 관해 이야기했죠. 회사의 지속성은 돈보다 경영진의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든 자금 유치를 하겠다는 가정하에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물론 이런 제도로 커뮤니케이션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해결되지 못할 수 있지만, 정기적인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죠.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빠르게 누군가가 발견하고 의견 제시를 해야 해결할 기회를 얻게 되잖아요. 그래서 서비스나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가 되는 사안을 편하게 얘기하는 게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채용은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요.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하시나요?


"인재 채용할 때 명확한 기준은 ‘솔직함’ 이에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커뮤니케이션상 솔직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재상 기준이 3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가 탁월성, 두 번째가 공유 정신, 세 번째가 빠른 실행과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에요. 경력자의 채용은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 대한 확신과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잘 아는 분들이 좋고, 주니어는 일해보면 성과를 낸다는 게 생각보다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달성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요."




- 초기 스타트업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어려운 만큼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띵스플로우만이 갖고 있는 복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은 여름과 겨울에 무조건 5일 휴가를 사용하는 여름방학, 겨울방학 제도예요.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복지를 강조해서 오신 분들은 더 좋은 복지가 제공되는 곳에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그보다 긴 여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어요. 어려운 상황도 함께 견딜 수 있고 본인의 일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죠. 게다가 저희의 평균 업무량이 절대 적지 않은편입니다. 그래서 고통이 있어도 성장하는 데 기쁨을 느끼시는 분들을 채용하려고 해요.


대신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쓸데없는 걸로 동료들을 짜증 나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예컨대, 아프면 쉬어라. 여름 겨울에 한 번은 쉬자. 일할 때 빡세게 일하고, 놀 때는 제대로 놀자. 둘 다 화끈하게 하자. 그래서 샌드위치 데이 같은 경우는 주로 쉬려고 하고요. 그리고 제가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복지를 역행하지 말자는 거예요. 복지를 만들었으면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해요. 없다가 생기는 것보다 있다가 없어지는 게 더 별로잖아요. 팀원들에게 ‘더 좋은 복지는 회사 성장 시켜 추가하자! 우리가 더 좋은 환경으로 같이 만들어가는 거야’라고 이야기합니다."


- 일할 때 야근이 많나요?


"야근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팀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요. 일할 때 일만 해서 휴식 시간을 제가 강제로 만들었어요. 3시 30분에 무조건 30분 쉬도록 했을 정도예요."


-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투자를 받고 있는데요, 투자자와 창업자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투자자분들과는 대화가 잘 통하는 외부의 동료처럼 느껴져요.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 된다는 것 자체가, 관계의 핏이 맞고 이 회사를 믿고 함께 가고 싶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대표님은 투자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띵스플로우의 경우에는 본엔젤스와 스프링캠프에서 6억 원의 투자를 받았어요. 힘들 때 술도 한잔하고 고민 있을 때는, 넛지라고 해야 할까요? ‘스윽-‘하고 고민할 거리를 던져 주시기도 합니다. 관찰자로서나 창업자로서 경험했던 어려움을 아니까, 그에 대한 해결책도 잘 알려 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목표 달성을 못 하면 쓴소리도 들어요. 아니다, 원인분석이 제대로 안 되면 듣는 것 같아요. 저를 플레이어라고 하면 그분들은 페이스메이커인 것 같아요."





- 여성창업가도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창업 생태계가 남성 창업가의 비중이 높은데요. 여성 창업가로서 힘든 부분이나 남성 창업가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여성 창업가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창업해보거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당장 월급을 못 주거나 역량이 뛰어난 직원인데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게 더 괴로워요.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은 회사의 팀원으로 있을 때는 느꼈던 적이 있는데, 창업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크게 없어요. 대표로서 달성해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동성으로서의 편안함이 있잖아요. 많은 CEO가 남성분들이다 보니까 그들끼리의 돈독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서 그 점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 대표를 넘어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결혼하면 달라지는 것이 많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있는데 미리 걱정하지는 않으려고요. 제가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타입은 아니라서요.며칠 전 중소기업 간담회에 다녀왔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셨어요. 스타트업으로서 고충이나 건의 사항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띵스플로우는 팀원들의 여성 비율이 굉장히 높고 결혼을 하거나 자녀 계획을 짜는 여성 직원분들이 슬슬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크고 작은 스타트업을 위한 탁아시설이나 유치원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팀원인데 육아와 일을 함께 하기 어려운 여건이거나 스타트업이라 일하는 환경이 더 안 좋아서 그분이 떠나면 너무 슬프잖아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 스타트업 대표로서 막막하고 힘들 때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럴 때 대표님만의 창구는 무엇이 있을까요?


"2012년, 제가 24살 때 창업을 하면서 그 시절에 만났던 제 또래의 사업 선배분들이 제 멘토예요. 저보다 1-2년 먼저 창업을 경험하면서 더 많이 고생하신 선배 사업가분들에게 질문을 많이 해요. 제가 고민이 있을 때 대부분 같은 고민을 겪으셔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힘들 때 저를 위로해 주는 것은 엽떡 매운맛과 위스키 한잔이에요. 소소하게 한 잔.


명상도 합니다. ‘관명상(觀冥想)’이라고 관찰하는 명상이에요. 괴로운 나를 관찰하면서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 건지 알아차려요.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상태로 감정을 느끼는지 관찰하는 명상이에요.


- 서비스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일상 속에서 평소랑 다른 감정을 느꼈을 때, 스스로 감정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하면서 ‘오, 이거 예쁘다!’ 생각이 들면 이걸 예쁘다고 생각하는 나를 분석하고 객관화해서 ‘우리 서비스에 심미적인 부분을 강조해볼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인터랙티브 게임을 했는데 도달한 결과에 대한 통계가 나오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통계를 보며 다른 사람 통계를 궁금해하고, 그런 걸 궁금해하는 저 자신을 신기해했어요. 그때 우리 서비스를 쓸 때 적용해 보면 어떨지, 다른 사람들도 타인의 결과를 궁금해할지를 생각했어요. 저는 영감을 찾아 나선다기보다,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과정에서 특별하게 느끼는 순간에 왜 그렇게 느끼는지 많이 생각 하는 것 같아요."


- 창업가로서 어떤 부분이 힘든가요?


"어려움을 해결하면 또 다른 어려움이 오는 것 같아요. 회사와 조직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늘 신세계 같아요. 그래서 제가 너무 힘들어할 때, ‘100명 되면 죽게?’ 이런 말을 창업 선배들이 해 주셨는데요. 새로운 어려움이 계속 찾아오니까 그냥 하는 거죠.


특히 띵스플로우는 지금 큰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예요. 사람들을 재미있게 위로하고 공감하는 로봇을 개발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는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하면서요. 투자사를 만나는 것은 잘한 걸 인정받는 자리가 아니고, 우리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비전 공유와 그 비전을 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금 확보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 ‘새로운 어려움이 계속 찾아오니까 그냥 한다’는 말씀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데요. 대표님은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창업가 정신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큰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주잖아요. 꿈을 꾸면서 나아가면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많은 도움과 지원을 통해서 성장한 만큼 자기 성공이 오롯이 나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처음의 감사한 마음으로 후배 창업가에게 조언해 주거나 사회에 받은 도움을 환원하는 것이 창업가 정신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스여일삶 멤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고민이나 어려운 점이 있으시면 헬로우봇을 써보시고, 그걸로 해결이 안 되면 저를 찾아오세요."


- 인터뷰를 보고 정말 많이 찾아오면 어떡해요?


"제가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대학생 창업을 해서 많은 분의 선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직 단계는 많이 간 건 아니지만 제가 도움을 드리는 것이 스타트업의 생태계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에 관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지금 막 시작해서 고민 있으신 분들이나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저를 찾아오시면 위워크 맥주와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열정적인 분들은 띵스플로우의 채용 백로그 안에 넣을 수 있어 항상 열려 있습니다."



이수지(가운데) 대표가 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의 공동기획 인터뷰 직 후 신연선(왼쪽 첫번째), 신민주 스여일삶 에디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난끼 가득한 얼굴의 이수지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헬로우봇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나눈 듯 유쾌함과 즐거움 그리고 따뜻한 위로까지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지친 하루의 끝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 헬로우봇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스여일삶 멤버분들도 귀여운 헬로우봇 캐릭터들과 친구가 되어 보세요.


이지수 띵스플로우 대표 (上) MZ세대가 열광한 타로 챗봇,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연선·신민주 스여일삶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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