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깨달음은 일상의 삶… 먼훗날 도달할 곳 아냐"

'붓다, 중도로 살다' 출간 기자간담
실천하지 않는 깨달음은 무의미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어
코로나는 迷惑의 문명 자초 결과
붓다의 가르침으로 해답 찾아야

6일 지리산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이 서울 종로구 한정식집에서 진행된 출간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흔히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동안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먼 훗날의 목적지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라보니 깨달음이란 일상의 삶으로 지금 당장 살아내야 할 것이지, 먼 훗날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지리산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은 6일 ‘붓다, 중도로 살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깨달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조계종 종단 개혁에 앞장섰고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역임했던 도법스님은 1995년부터 실상사 소유의 땅 3만평에 귀농전문학교를 세우고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책은 실상사에서 마을공동체를 일궈온 스님이 기복신앙으로 왜곡된 불교를 올바르게 전하겠노라며 십 수년간 고민해 온 결과물이다.

스님은 책에 대해 “초기 경전을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과 진리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현실에서 바로 실현된다. 또 검증·증명된다는 것이 정형구처럼 되어 있다”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불교, 현실에서 바로 실현할 수 있는 불교, 바로 검증하고 증명될 수 있는 불교라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싶어서 거기에 맞춰 불교를 해석하고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스님의 자기 고백으로 시작된다. 스님은 “불교 수행자로 살아온 세월이 55년인데, 나름대로 불교를 일으켜보겠다고 이런저런 모색을 하는 상황에서 불교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만 다가왔다”며 “나만 그런가 했는데 거의 다 비슷하더라. 불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면 누구한테도 권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책 서문에서 ‘이 책에 담긴 붓다의 가르침이 현실에서 바로 검증되지 않을 경우 즉각 불살라도 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친다.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책은 붓다의 깨달음이 어떻게 삶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스님은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지금의 언어로 바꾸면 ‘참되게 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제대로 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앎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가 아무리 지식이 많더라도 삶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란 이러한 깨달음을 실천하는 과정인 셈이다.

붓다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실천하며 사는 법에 대해 책은 ‘그물코처럼 연결돼 있는 세상에서 나는 이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임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모든 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실천의 진리인 중도와 존재의 진리를 나타내는 연기(緣起)가 바탕에 깔려 있다면 수행방법은 상관없다. 깨달음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조금 더 삶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깨달음이 뭔지 알아가면 여기서부터 불교적 삶이 시작된다”고 스님은 조언했다.

스님은 오늘날의 코로나 사태를 두고 “미혹(迷惑)의 문명이 자초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사태를 불교적으로 규정하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한 무지와 착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으로 가야 합니다. 작지만 불씨를 당겨보자는 생각에 실상사를 중심으로 한 1,000일 수행과 1,000일 순례를 통해 이를 완성 시켜보려고 합니다.”

도법스님은 1949년 제주에서 태어나 17살이던 1966년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이후 봉암사와 송광사 등 제방선원에서 13년간 선수행을 했고, 1995년부터 실상사 주지를 맡아왔다. 1998년 말 조계종 총무원장 탄핵사태 당시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분규를 마무리 짓고, 다시 실상사로 내려갔고, 2010년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지낸 뒤 실상사로 돌아가 회주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붓다, 중도로 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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