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대한민국]"北, 美 전략자산 민감…압도적 한미훈련으로 '억지력' 강화를"

<하>격랑의 한반도-원칙있는 대북정책
北 군사적 위협땐 누가 손해인지 확실한 메시지 중요
도발하면 상응제재 필수…'軍 전력' 두려움 심어줘야
국제사회 공조해 숨통 조이면 결국엔 협상장 나올 것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던 북한이 돌연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여전히 높은 것은 변덕이 죽 끓듯 해왔던 북한의 행태 탓이다. 돌이켜보면 북한은 그동안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느닷없는 도발을 반복적으로 감행했고 아무런 대가조차 치르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얻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는 우리가 압도적인 한미연합 전력을 과시함으로써 도발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보복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인식을 북한에 심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불가측한 북한의 도발로부터 안보를 지킬 수 있으며 한반도의 위기와 긴장감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위협적이고 골칫거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핵이고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더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군사·대북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주민들이 굶는 상황에서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핵을 북한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에 우리가 대응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했을 때 누가 손해인지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도발에 상응한 제재가 철칙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 위협 등을 통해 북한이 긴장감을 높이면 국제사회의 확실한 대북제재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핵심적인 북한 압박 수단이라는 것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 북한이 버티지 못하고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확실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공군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한미연합훈련의 즉각적인 재개는 당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북한 압박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이 오는 8월 한미연합지휘소훈련과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가 실시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 봐도 한미연합훈련 재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압박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한미연합훈련 등을 통한 확실한 대북 압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훈련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8월에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강력한 훈련으로 북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전력, 특히 미국의 전략자산이 나타나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에 북한이 예민한 것도 이 훈련에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이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6월 “(남측이) 외세와 야합한 전쟁연습을 뻔질나게 벌리면서 첨단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였다”고 비난했다.

2017년 북핵 위기 때 역시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접근해 북한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당시 북한이 미 폭격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충분한 위협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했고 특히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훈련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군사·대북 전문가들은 한미연합전략자산의 우수성을 앞세워 북한에 강한 두려움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976년 발생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에 대한 한미의 대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한미군 2명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자 당시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은 선전포고 격으로 주한미군사령부에 전투 준비 태세 명령을 내리고 항공모함·전투기·폭격기·해병대 등을 한국에 급파했다. 사건 직후 북한은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제2차 한국전쟁을 눈앞에 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인지한 김일성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과를 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특히 무서워하는 것은 미국이므로 예정된 한미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며 “한미훈련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북한에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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