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 /AP연합뉴스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 등 테마음악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인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6일 ANSA통신 등은 모리코네가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치료를 받아왔으나 합병증으로 전날 밤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장례식은 개인적인 형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928년 트럼펫 연주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모리코네는 아버지로부터 악보를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6세에 처음으로 작곡을 했으며 이후 1940년 산타 세실리아 국립 아카데미에 입학해 트럼펫과 작곡을 배웠다.
모리코네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1960대 이후. 1961년 영화음악 작곡가로 데뷔한 모리코네는 1964년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석양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총잡이의 뒷모습과 휘파람,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주제곡을 통해 건맨의 로망과 비장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작곡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주제곡도 전 세계에서 약 1,000만장이나 팔리는 히트를 쳤다. 특히 ‘미션’의 중간과 마지막에 흐르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천상의 연주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모리코네는 이후 1970년대부터 돈 시겔과 올리버 스톤 등 할리우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수많은 할리우드 감독들과 작업하면서도 그는 영어를 배우거나 로마를 떠나지 않았고 한동안은 비행을 거부하기도 했다.
로마 출신의 모리코네는 ‘영화음악의 전설’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불린다. 그는 특히 ‘시네마 천국’과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다양한 영화와 TV 드라마의 주제곡 외에 클래식까지 작곡하는 등 500편이 넘는 음악을 만든 거장이다.
그중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한 ‘석양에 돌아오다’의 음악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운드트랙 중 하나로 꼽히며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는 ‘황야의 무법자’와 같은 마카로니 웨스턴부터 ‘엑소시스트2’와 같은 호러영화, 예술영화, 정치영화, 스릴러 등 영화의 장르를 넘나들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런 모리코네에게도 아카데미의 문은 높았다. 1979년부터 ‘천국의 나날들’과 ‘미션’ ‘언터쳐블’ ‘벅시’ ‘말레나’ 등으로 다섯 차례나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2007년에 영화음악 예술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로 다시 아카데미에 도전한 그는 마침내 2016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이 영화에 쓰인 28개 곡을 모두 작곡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모리코네는 그래미와 골든글로브, 이탈리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도나텔로,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