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죠스푸드에서 판매 중인 메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음식을 지키겠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시내에선 민트색 오토바이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 배달의민족 ‘배민’(BAEMIN) 운전자 등에 쓰여진 문구다.
6일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B급감성’이 호치민 시민에게 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호치민에 진출한 국내 분식 브랜드 죠스푸드는 배민을 통해 일 300건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6월 ‘배민’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배달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배달의민족 특유의 ‘B급감성’ 마케팅을 현지에 녹이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죠스푸드는 한국 분식업계 중 후발주자로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배민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쓰고 있다. 죠스푸드는 배민의 도움을 받아 조리공간, 상권분석, 식자재 확보 등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배민키친에 입점했다. 현재 죠스푸드는 호치민에서 배민을 통해 일 150건~300건의 배달 건수를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유머 넘치는 소위 말하는 ‘B급 감성’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은 현지 문화와 정서를 파악해 지난해 8월 ‘세뼘짜리가방’이라는 문구를 새겨넣은 에코백을 출시했다. 세뼘짜리가방은 베트남 전래동화에 나오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가방의 이름이다. 이 제품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며 배민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회사는 올해 초 베트남 새해명절 ‘뗏’을 맞아 재치있는 새뱃돈 봉투를 선보였다. 봉투에는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등의 문구가 새겨졌다. 이 봉투는 일 1,000장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누렸고 카피제품도 쏟아졌다.
재치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은 배달도 반영됐다. 회사는 배달가방에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와 같은 문구를 새기고, 비가 자주 내리는 베트남 날씨를 고려해 배달원 우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 등 문구를 적었다.
회사는 햇빛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현지 정서를 고려해 전신을 가릴 수 있는 의류를 제작해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식음료(F&B) 기업이 해외사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공유주방 서비스 ‘배민키친’을 열었다. 배민키친은 보증금, 임대료 같은 초기 투자비용 없이 외식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하고 여러 입점업체가 식자재를 공동 구매해 비용 부담도 덜어준다.
우아한형제들 베트남 법인은 지난 6월 호치민 2호점 오픈에 이어, 올 하반기 호치민 3·4호점, 하노이 1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인기완 우아한형제들 해외사업부문 상무는 “배민 특유의 마케팅 기법이 다른 나라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베트남 사업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한국에서처럼 배민을 베트남 국민 앱으로 성장시켜 K푸드가 해외로 진출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