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앞줄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해 15개 중소기업 단체장으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7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 동결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김기문(왼쪽 두번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7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15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돼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대구에 있는 제조업체 A사의 공장 가동률은 현재 30%를 밑돌고 있다. 대구시에서 폐수 처리비용 납부기한을 4개월 연장했지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A사 대표는 “근로자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일감이 없는 상황”이라며 “4개월째 매출은 전년 평월 대비 1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B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 같다는 지인들의 걱정을 늘 듣고 있다. B씨는 “주 5일 40시간 일하던 동생도 지금은 하루 4시간만 일한다”며 “그동안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처럼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올라 알바 자리 자체가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 경영위기에 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지불 여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중돼 기업들은 사업 존폐를, 근로자는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중소기업을 살리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는 올해(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경영계는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기업 경영과 경기는 바닥권이다. 지난 5월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66.2%로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2.7% 하락하면서 올해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3년간 32.8% 오른 탓에 최저임금 지급 여력조차 바닥났다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협의회는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16.5%에 달한다”며 “4대 보험료 등을 합치면, 근로자에 주는 월급이 월 223만원인 탓에 대출과 정부지원금으로 버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많다”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기업의 경영 악화가 근로자의 일자리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는 최근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6.7%가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인하돼야 한다고 답한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가 이처럼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고용 상황이 최악이란 방증이다. 실제로 5월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3,000명 늘었고, 일시휴직자는 102만명을 기록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노·사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사업의 존폐를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