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양자점)을 프린팅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그동안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걸림돌이 돼왔던 해상도·수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정연식(사진)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퀀텀닷 프린팅 기술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TV 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와 전덕영 KAIST 명예교수 공동연구팀은 차세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를 실현하는 핵심기술인 ‘풀 컬러(적·녹·청) 퀀텀닷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의 지난달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퀀텀닷은 수 ㎚(나노미터·100만분의 1㎜) 크기로 단가가 낮고 화질 개선에 최적화된 발광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와 달리 용매에 녹는 성질 때문에 그동안 일반적인 인쇄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정 교수는 “잉크젯 프린팅이나 기판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리소그래피 공정이 시도됐지만 해상도가 낮고 공정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졌다”며 “전사 프린팅 공정상 용매 압력이 높아 퀀텀닷 패턴이 손상을 입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 연구팀은 전사 프린팅 공정에서 압력을 크게 낮춰 이 문제를 해결했다. 용매 성분을 미세하게 조절해 극도로 얇은 패턴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그는 “용매를 제어하면 수천 ㎚급 두께의 기판 틀(주형)의 특정 위치에 퀀텀닷이 제대로 부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패턴 손상을 없애 실험실에서는 100%의 수율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보통 전사 프린팅 공정 후 50%도 넘기 힘든 수율값을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풀 컬러 퀀텀닷 해상도를 최대 1만4,000ppi(인치당 픽셀 수)까지 구현했다. 현재 8K 디스플레이 해상도(117ppi)보다 100배 이상 높인 것이다.
정 교수는 “완전한 차세대 QLED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공정상 프린팅은 물론 구동소자 등 전반적인 부품·소재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성과는 이제 막 프린팅 공정 문제를 풀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KAIST 석사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를 딴 정 교수는 삼성코닝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 중인 나노 패터닝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해 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정됐다. KAIST 연구실에서 창업한 센서·부품 스타트업인 피코파운드리의 공동대표도 지냈다.
그는 “퀀텀닷 패턴 기술은 앞으로 유해물질 미량 검출이나 바이오 진단에 쓰이는 센서, 광학소자로도 응용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접목할 수 있는 수준의 센서, 부품의 성능 고도화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