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주도"...'K배터리 동맹' 마지막 퍼즐 맞췄다

■정의선-최태원 '전기차' 회동
'에너지절감' 리튬-메탈배터리 등
미래 첨단기술 개발 방향성 공유
전력반도체·경량 신소재 논의도
삼성·LG·SK와 손 잡은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시장서 승기 기대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현대모비스(012330) 사장 등을 동행했다. SK그룹에서는 최 회장뿐 아니라 SK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끌어온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참석해 협력을 통한 시너지 방안을 내놓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장동현 SK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등도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를 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실현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차량 무게도 줄어들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두 회사 수뇌부는 배터리 기술 외에도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최소한의 전력으로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주는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수요 급증과 맞물려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제품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지만 SK그룹이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는 등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양 사 경영진은 SK주유소·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부족한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회동으로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 국내 4대 그룹 간 동맹이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5월 이 부회장을, 지난달 구 회장을 만나 관련 사업을 논의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식 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대기업 총수가 직접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특히 역사적으로 한국 대기업들은 사업 간 경계가 분명했던데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경우 삼성의 완성차 진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4대 그룹이 친환경차·배터리 산업에서 손을 잡기로 한 이유를 재계에서는 ‘위기감’을 꼽고 있다. 완성차 업체로서는 전기·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로의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한 상황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를 불문한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홀로 기술 개발을 하기에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들고 방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협력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동기가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체로서도 완성차 업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 올라탈 수 있다.

각 그룹이 다른 장점을 가졌다는 점도 협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지점이다. 지난 회동에서 현대차는 삼성SDI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LG화학에서는 리튬-황·장 수명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에서는 리튬·메탈, 전력반도체를 주로 논의했다. 배터리 기술 외에도 삼성그룹의 반도체 기술, SK그룹의 통신 기술, LG그룹의 전자 관련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접목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점점 ‘전자제품화’돼 가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으로 볼 때 4대 그룹의 협력 지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회동 후 “미래 배터리 산업과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협력은 양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힘과 지혜를 모아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서산공장에서 자사 배터리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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