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부산외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 이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 그 이후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되묻습니다. 페스트(흑사병) 시대를 관통하고 ‘신곡’을 쓴 단테 역시 우리 인간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습니다. 단테가 내세를 여행하는 자신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700년 전에 던진 화두가 지금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리무중의 시대에 빛줄기처럼 말이죠.”
단테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박상진(사진)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한길사 펴냄)’으로 이탈리아의 저명한 문학상인 플라이아노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박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단테의 ‘신곡’은 서양문학의 토대가 되는 고전이라 국내에서도 인정받기 쉽지 않은데 국제적 인정을 받아 기쁘고, 단테 연구자로 오랜 시간 지내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74년 제정된 플라이아노상은 올해 제47회 수상자들을 배출했다. 문학·시나리오 등 여러 분야의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박 교수는 ‘학술’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플라이아노상 트로피는 전설의 날개가 달린 말을 형상화해 ‘황금 페가수스’로 불린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은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박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며 플라이아노상 시상식 영상을 게시했다.
박 교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시상식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격리기간으로만 한 달여를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주일간 영화제를 겸한 축제기간이 펼쳐지고 분야별 시상식이 진행됐기에 대신 영상 메시지로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20년 이상 단테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단테의 대표작인 ‘신곡’ 번역서뿐 아니라 2권의 학술서와 2권의 대중서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본지에 칼럼 ‘문학으로 쓰는 이야기’를 연재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박 교수는 “어려운 고전이지만 지금이기에 더욱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책이 ‘신곡’”이라면서 “학술적 연구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