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체크] “구타·왕따·굶김, 속옷차림 강요”…英·美도 고질적 체육폭력

영국과 미국의 국기를 밟는 시위자들 /AP연합뉴스

영국이 한국판 체조계 폭력 스캔들로 발칵 뒤집어졌다. 최근 한국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가 팀 내 상습적 폭력을 폭로하며 극단적인 선택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보도된 소식이라 주목된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영국 체조계 전 유럽선수권 대회 주니어 챔피언 캐서린 라이온스와 영연방국가들의 경기대회인 커먼웰스게임 금메달리스트 리사 메이슨이 코치로부터 왕따, 구타, 굶김을 당해왔다고 TV 뉴스를 통해 폭로했다.

영국 전 체조스타 캐서린 라이온스 트위터 캡처 화면 /연합뉴스

라이온스는 이날 영국 ITV뉴스 인터뷰에서 7~8세 때 벽장에 갇혔으며 그 몇 년 후에는 막대기로 구타를 당하는 등의 학대로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PTSD)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몸무게가 늘었다는 이유로 1주일간 굶김을 당했으며 이후에는 먹는 족족 토해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코치의 상습 구타로 다리에 막대기로 맞은 자국이 오랫동안 남았으며, 몸에 늘 멍자국이나 손자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치는 폭행을 은폐하려고도 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울면 코치는 연습장의 음악소리를 크게 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했고 벽장에 가둬 지쳐 쓰러지게 했다고도 했다.

영국 전 체조스타 리사 메이슨 트위터 캡처 화면 /연합뉴스

또 다른 유망주 메이슨도 10살 이전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치가 내 손바닥이 벗겨지고 피가 날 때까지 철봉에 매달려있게 했고 이후 소독용 알코올을 내 손에 들이부었다”고 했다.

심지어 속옷차림으로 팀 앞에서 걸으라고 강요당했으며 체중을 줄여야 한다면서 방에 갇힌 채 굶김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피 날 때까지 철봉 매달리고 염좌·골절에도 진통제 먹고 훈련”
발목 염좌와 정강이 골절에 시달렸지만 진통제를 먹고 계속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이슨은 현재 체육계 엘리트 선수들도 침묵 속에서 비슷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서 “몇몇 선수가 내게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지만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조 선수의 공연 /EPA연합뉴스

앞서 3년 전에도 비슷한 폭로가 영국 체육계에서 터져 나왔지만 피해자들이 공개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폭로는 미국 체조계의 폭력을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애슬리트 A’(Athlete A)가 지난달 24일 공개된 데 이어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 체조팀과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래리 나사르가 수십년간 여성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을 100명이 넘는 체조 선수들이 잇따라 폭로한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2016년, 미국 체조팀도 코치폭력 폭로…피해자만 300여명
사실 체육 강국 미국도 체육계 폭력은 자주 터져 나온다. 2016년 미국 체조계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체조팀과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나사르는 30년 가까운 기간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현직 체조 대표선수 150여명이 그로부터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체조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와 2012년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 조딘 위버 등 미국인이 사랑하는 스타들도 포함돼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2017년 연방 재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은 나사르는 2018년 1월 미시간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유죄를 인정해 최고 175년형을 추가로 받았다. 2018년 2월 최종 판결에선 여기에 최대 125년 형이 보태졌다. 총 360년형으로 사실상 종신형을 받았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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