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있잖아] 이태리 브라운 → 예쁜 갈색

④유통
GS샵, 고객응대 언어 길잡이 책자 펴내
다재다능 원피스→활용도 높은 원피스
어법에 틀린 표현도 함께 바로 잡아

“이 팬츠 디자인 정말 시크하지 않나요? 컬러도 럭셔리한 이태리 브라운이고요.”

TV홈쇼핑에서 의류 제품 판매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 멍해질 때가 있다. 업종의 특수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외래어와 외국어가 남용되는 탓이다. 이는 홈쇼핑방송이 국내에서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지적돼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TV홈쇼핑업계도 일반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방송의 영향력을 인식, 바르고 쉬운 우리 말을 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GS샵의 경우 지난 4월 이화여대 국어문화원과 협력해 바른 언어 사용 지침인 ‘고객 응대 언어 길잡이’를 마련했다. 책자는 소통성과 명확성, 일관성, 친절성을 기본으로 고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단어 사용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이태리 브라운’은 ‘예쁜 갈색’으로 바꿀 것을 독려한다. 외래어일 뿐 아니라 특정 국가의 상품이 국산품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를 함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딥 블루’나 ‘버건디’ 등의 색상 표현 단어는 ‘진한 파랑’, ‘자주’ 등으로 대체할 것을 권장한다. 또 불필요한 영어 자막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 ‘HOW TO USE’ 대신 ‘사용 방법’, ‘사은품 수거 必(필)’ 대신 ‘받은 사은품도 함께 보내 주세요’라는 표현을 쓰는 식이다.

틀린 표현이나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한자어도 하나씩 바로 잡아가고 있다. ‘다재다능한 원피스’는 ‘활용도가 높은 원피스’로 정정했으며, ‘인입번호’는 ‘지금 통화하고 있는 전화번호’로 변경했다.

GS샵 관계자는 “쇼핑 호스트, 상담사, 공정방송센터 등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직원들에게 바른 말 길잡이 책자를 전달했고 협력사에도 나눠주고 있다”며 “회사 전체가 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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