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연구자인 박상진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문학상인 플라이아노상을 받았다. /서울경제DB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1265~1321) 연구의 권위자인 박상진(사진)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단테가 읽어주는 신곡’(한길사 펴냄)으로 이탈리아의 저명한 문학상인 플라이아노상(Flaiano Prizes)의 학술 부문 상을 받았다. 지난 1974년 제정돼 올해 제47회 수상자들을 배출한 이 상을 한국인이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이아노상 트로피는 전설의 날개가 달린 말을 형상화 해 ‘황금 페가수스’로 불린다. 특히 학술 부문의 경우 세계 각지의 이탈리아문화원장들이 추천한 책들 가운데 수상자를 뽑을 정도로 엄격하기에 권위도 높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은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박 교수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플라이아노상 시상식 영상을 게시했다.
박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단테의 ‘신곡’은 서양문학의 토대가 되는 고전이라 국내에서도 인정받기 쉽지 않은데 국제적 인정을 받아 기쁘고, 단테 연구자로 오랜 시간 지내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시상식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격리기간으로만 한 달여를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주일간 영화제를 겸한 축제기간이 펼쳐지고 분야별 시상식이 진행됐기에 대신 영상 메시지로 감사인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금 단테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 이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급격한 변화 속에 그 이후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되묻게 되는데 단테 역시 우리 인간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테의 ‘신곡’에 관해서는 “내세를 여행하는 자신의 여정 형식을 취한 ‘신곡’을 통해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라며 “700년 전의 그 물음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오리무중의 시대에 빛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고전이지만 지금이기에 더욱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책이 ‘신곡’”이라면서 “학술적 연구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년 이상 단테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단테의 대표작인 ‘신곡’ 번역서뿐 아니라 2권의 학술서와 2권의 대중서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본지에 칼럼 ‘문학으로 쓰는 이야기’를 연재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