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과 박모 변호사를 8일 구속기소했다. 또 불법대출을 받은 업체 대표들과 시세조종에 가담한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회사에 대출을 유준원 대표가 내주고 특혜를 바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유 회장과 박 변호사 등 2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기적 부정거래로 규정하고 전환사채(CB) 발행 형식으로 불법대출을 내도록 유 회장이 주도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에게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공시상으로는 상장사들이 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공시해 일반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특히 유 회장은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던 상장사에 CB 발행 형태의 대출을 내주며 제3의 투자조합이 CB를 인수한 것처럼 허위로 호재성 외관을 만들었고, 그 기회에 개인보유 주식을 처분해 5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후 주가 급락으로 소액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또 유 회장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일명 ‘선수로’ 알려진 인수합병(M&A) 전문 브로커 A씨를 통해 상장사 M&A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미리 취득하고 이를 이용한 ‘단타’ 주식매매로 1억1,2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이외에도 검찰은 유 회장이 그룹 내 상상인증권 설립을 위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지주사인 상상인그룹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반복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고 봤다. 자사주 매입은 금융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그룹 주식 14.25%를 보유하며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의무를 불이행한 혐의를 받는다. 차명법인과 차명계좌는 자본시장에 혼란을 주는 불공정행위의 근원으로 꼽힌다. 또 박 변호사는 이 차명법인과 계좌를 통해 대량 보유한 상상인그룹 주식의 가치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1년4개월 동안 시세조종을 하고 그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 회사의 자금 813억원을 써 배임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20명 중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도 포함됐다. 조씨는 이미 1심 재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조씨는 이날 CB를 발행해 불법대출을 받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유 회장이 조 전 장관으로부터 상상인그룹의 증권사 인수 과정에서 특혜를 받기 위해 조씨에게 이처럼 불법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의혹에 대해선 조사 결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