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톱3 외국인 연예인' 가수 진주 "코로나로 베트남 활동 중단돼 아쉽지만 한국서 '트로트퀸' 도전"

2017년부터 베트남서 가수로 활동하며
쿄 요크, 하리원과 외국인 연예인 '톱3'
병 치료 위해 한국 왔다 현지 못 들어가
방송 등 현지섭외 많지만 활동 못해 발동동
베트남 입국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서는
가장 '핫한' 트로트 가수로 변신 준비 중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진주. /사진제공=RBW

“베트남에서는 지금 일이 막 들어오고 있는데 못 들어가고 있어요. 9월이나 돼야 입국제한이 풀린다는데, 그때가 돼도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해요.”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진주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베트남 활동 자체가 올해는 어려울 수 있지 않겠냐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재학 중이던 2016년 전공어를 연습하기 위해 베트남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베트남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현지 활동을 시작했다. 국적으로만 따진다면 K팝 가수지만 활동으로 보면 V팝 가수인 독특한 아덴티티를 가진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자랑하는 외국인 가수로 ‘베트남 신데렐라’로 불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호찌민을 비롯해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만 그를 알아봤지만 현재는 다낭, 달랏 등 지방에서도 팬덤이 상당하다. 그는 “촬영 차 소수민족 마을에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대부분 알아봐서 신기했다”며 “지금은 밖에 나가면 대부분을 알아보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진주. /사진제공=RBW

이처럼 3년 남짓 활동하면서 현지에서 지명도를 쌓은 그는 올해 초 치료 차 한국에 왔다가 이렇게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이 연예 활동을 하는 예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가 쌓아온 경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그는 “현재 베트남에서는 미국인 남자가수 쿄 요크(Kyo York)가 유명한데, 한국으로 치면 ‘비정상 회담’의 타일러 같은 콘셉트”라며 “베트남에서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똑똑한 이미지고, 또 다른 외국인 연예인은 아버지가 베트남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하리원이 있는데, 10년 정도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를 빼면 두 명 정도가 베트남에서는 나름 유명한 외국인 연예인”이라며 “외국인 연예인이 많지는 않은 상황에서 나름 열심히 해서 지명도를 높였기 때문에 베트남에 돌아가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겉으론 배타적이지 않고 잘 대해준다”며 “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외국인이다 보니 그들과 벽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드러나지 않는 ‘유리벽’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을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은근한 반한 감정을 비롯해 ‘유리벽’을 뚫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스쳤는지 진주의 눈에서는 더욱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드러났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로부터 몸소 체험한 대중문화 트렌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올해 3월에 SM엔터테인먼트가 호치민에 들어왔다”며 “MD 판매와 카페사업을 하고 있다. 젊은층에게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에서는 현재 텔레비전 방송과 동시에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도 전했다. 과거와 달리 방송,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통되는 게 바로 베트남 콘텐츠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음악이라고도 했다. “음악을 가장 많이 들어요. 그리고 한국, 중국 드라마를 더 많이 봐요. 한국영화 리메이크도 많이 해요. ‘거침없이 하이킥’, ‘태양의 후예’ 등 드라마가 베트남 배우로만 바뀌었고 완전히 내용이 똑 같아요.”

베트남 북부 사파지역 소수민족 허몽 족 할머니(왼쪽)과 가수 진주. /사진제공=RBW

그는 또 현재 베트남 대중가요 트렌드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그는 “전 연령대에서 고전 발라드가 인기가 많고, 한국의 90년대 감성, 동양의 고전, 사극 느낌의 곡들이 1위를 많이 한다”며 “젊은 층은 미디엄 템포의 귀여운 느낌의 음악을 많이 듣고, 요즘에는 인디 음악도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트렌드가 인디 음악으로 바뀌어 가면서 20대 초반의 어린 뮤지션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음악적 수준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베트남어 성조의 영향으로 멜로디 자체의 특이성 때문에 한국어나 영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V팝도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발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부연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발라드, 미디엄 템포, 인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한꺼번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서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트로트도 준비하고 있다. ‘미스 트롯’을 시작으로 ‘미스터 트롯’이 신드롬을 일으키자 진주 역시 관심을 보인 것이다. 특히 V팝이 트로트 정서를 가미하고 있어 진주 입장에서는 베트남에서 갈고 닦은 실력과 깊어진 감성을 한국에서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도리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베트남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 하다 소속사인 RBW에 먼저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베트남 친구들이 한국 트로트를 좋아해요. 홍진영 ‘산다는 건’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많아요. 장윤정의 노래도 베트남사람들이 좋아해요. 멜로디가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콧소리가 섞인 동양풍의 발라드 느낌이거든요. 저도 베트남에서 이러한 음악들을 했었기 때문에 트로트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에서 한인 행사가 있을 때는 홍진영의 ‘사랑의 베터리’를 부르고는 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한국 활동을 그것도 트로트로 대중 앞에 서게 됐지만 그는 앞으로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에서 사랑을 받게 되면 너무 좋겠지만 가장 좋은 건 한국과 베트남에서 동시에 사랑을 받는 것이죠.”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RBW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