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전에 올리자" 집주인도 패닉 재계약 러시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보증금 2,500만원, 월세 65만원에 세종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곧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재계약을 원하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원래 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진다고 하자 말을 바꾼 것입니다.”(한 세입자)

“집주인인데요. 가계약금으로 100만원을 받고 전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증금을 더 받고 싶어서요. 전세계약을 파기하려면 세입자에게 가계약금의 두 배인 200만원만 주면 되나요.”(부동산 카페 게시글)

전세시장에서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슈퍼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 여파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신규 계약은 물론 재계약(계약갱신)도 법 적용을 받는다. 재계약 시점이 온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전세시장은 ‘1순위 청약요건(2년 거주)’에 맞춰 입주하려는 세입자들로 난리다. 정부발 대책이 전세대란을 더욱 촉발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래도 저래도 전세대란 확산 중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9㎡는 지난 6월29일 2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 거래(18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 또한 지난달 25일 10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4월(6억760만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4억원 넘게 치솟은 셈이다. 이처럼 강남 일대에서는 시세가 억 단위로 뛴 초고가 전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그렇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며 “여기에 재계약 시점이 온 집주인들이 임대차 3법 때문에 불안해하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경/연합뉴스

강북 등 서울 외곽도 마찬가지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평구 불광동 ‘불광롯데캐슬’ 전용 84.9㎡는 1일 6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4월 전 거래(5억원)보다도 1억원 오른 것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2단지 푸르지오’ 전용 114.7㎡ 또한 고층 매물이 지난달 7억5,000만원에 계약돼 급격히 올랐다. 한 30대 가장은 “신축 아파트를 보고 전세계약을 하러 갔더니 앉은 자리에서 전세보증금을 5,000만원 올렸다”며 “다른 매물도 없어 결국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매·전세 동반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세종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종 ‘도램9단지풍경채센트럴’ 전용 95.6㎡의 경우 지난달 3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올해 초(2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8,000만원가량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규제로 신축이 감소하고 전셋집도 줄어들고 있는데 여기에 임대차 3법 시행도 예정돼 있다”며 “최근에는 ‘미리 전셋값을 올려 받자’는 집주인들과 어떻게든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에 전셋집을 마련하려는 세입자들로 난리”라고 말했다.

게다가 경기도 일부 지역 전세시장은 풍전등화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을 앞당기기로 하자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3기 신도시의 경우 1순위 청약요건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하남·고양·남양주 등 신도시 예정지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하남 미사신도시 ‘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3㎡는 지난달 6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달(5억9,000만원)보다도 1억원가량 올랐다. 매물이 다 소진된 가운데 해당 평형은 최근에도 7억5,000만원가량에 계약됐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고양 덕양구 ‘삼송스타클래스’ 전용 84.9㎡ 또한 6일 5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전달(4억원)보다도 1억원 오른 것이다.

줄어드는 입주 물량도 악재다. 부동산114 기준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 4만2,456가구를 기록한 후 오는 2021년, 2022년에는 2만2,977가구, 1만3,419가구로 급감한다. 경기권은 이미 입주물량 감소세가 시작됐다. 올해 경기권 입주 물량은 11만9,000여가구로 지난해(14만여가구) 대비 15.1% 감소한다. 2018년(16만8,000여가구)에 이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구조적으로 봐도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셋값은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가운데 집값 대책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전셋집은 더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임대차 3법 등의 규제 또한 전세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결국 임차인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뿔난 임대주택사업자, 단체 설립해 조직대응.. 위헌 소송 추진




“위헌 소송 간다” 뿔난 임대사업자들




한때 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던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을 축소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자 임대사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의 일환으로 이들은 ‘임대사업자협회(가칭)’를 만들어 51만명에 달하는 임대사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소급 적용 건에 대해서는 위헌소송도 추진할 계획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사업자협회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거둬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연초에 임대사업자의 의무사항 이행 여부와 관련한 전수점검에 나서자 임대사업자 사이에서 집단행동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임대사업자들의 인터넷 카페가 개설돼 있다. 이날 기준으로 가입자가 5,000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이들은 오는 10일 예정된 국토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이후 임대사업자협회 창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이들은 국토부가 ‘5% 임대로 증액 상한’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임대사업자들이 과태료를 물게 됐다며 국토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공익감사 청구를 예고한 바 있다. 임대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들이 임대료 증액 상한을 위반하게 된 것은 법의 무지도 있으나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지·직무유기 등 중과실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쳐 발생한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 처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급적용에 따른 위헌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회원 수가 3만6,000명이 넘는 ‘임사모(임대사업자모임)’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위헌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권혁준·양지윤·진동영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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