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더브라위너 인스타그램
케빈 더브라위너가 가슴 트래핑하며 공격 방향을 살피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프스부르크 케빈 더브라위너의 대포알 슈팅이 골망을 가를 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벤치에 앉아 벌컥벌컥 물 마시는 일이 전부였다.
지난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바이에른 뮌헨전. 전반기를 통틀어 단 4골만 내줬던 ‘1강’ 뮌헨은 후반기 첫 일정인 이날 한 경기에서만 4골을 얻어맞고 분데스리가 역사상 첫 무패우승의 꿈을 접고 만다. 이날 더브라위너는 2골 1도움을 폭발해 4대1의 깜짝 대첩을 이끌었다. 넓은 시야와 패스의 강약 조절, 빠른 판단과 실행은 물론 활동량·킥·슈팅·양발사용·역습 때 속도 유지·수비 가담 등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준 한판이었다.
볼프스부르크 시절의 케빈 더브라위너. /분데스리가
당시 뮌헨 감독이던 과르디올라는 2016~2017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있다. 이에 앞선 2015년 여름에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더브라위너는 적장이던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축구를 좋아하는 봉준호 영화감독도 더브라위너의 팬이다.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최후의 만찬에 5명을 초대한다면 누구를 부르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등과 함께 더브라위너를 꼽아 세계 축구팬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더브라위너는 세계 최고 미드필더 한 명을 꼽을 때 팬들이 고민할 시간을 점점 줄여주고 있다. 9일(한국시간) 뉴캐슬전(5대0 승)에서 리그 18호 도움(11골)을 올리면서 2016~2017·2017~2018시즌에 이어 EPL 세 번째 도움왕 타이틀이 눈앞이다. EPL 한 시즌 최다 도움 신기록도 바라보고 있다. 아스널 레전드 티에리 앙리의 20개(2002~2003)가 현재 기록이다. 이적시장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더브라위너의 시장가치(예상 몸값)는 1억2,000만유로(약 1,620억원)로 전 세계 공동 4위다. 맨시티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위반으로 유럽대항전 2년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한 상황인데 징계가 경감되지 않으면 더브라위너가 또 한 번 팀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18세였던 2009년 벨기에리그 헹크에서 프로 데뷔한 더브라위너는 총 5개팀에 몸담았다. 헹크에서 한 시즌 16도움으로 우승을 이끈 뒤 2012년 1월 첼시로 이적했고 곧바로 헹크 임대를 거쳐 독일 브레멘으로 재임대됐다. 브레멘에서의 한 시즌 성적은 10골 9도움.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이 관심을 보였으나 첼시의 새 감독 조제 모리뉴는 친정팀 복귀를 지시한다. 하지만 첼시에 자리를 잡기에는 워낙 걸출한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났다. 벤치 멤버로 반 시즌을 날린 더브라위너는 2014년 1월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옮기면서 비로소 전성기의 서막을 연다. 2014~2015시즌 21도움(10골)으로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세우며 리그 올해의 선수로까지 뽑힌 것이다. 더브라위너는 볼프스부르크를 리그 2위와 독일컵 우승, 유로파리그 8강으로 안내했다. 이런 더브라위너를 품지 못한 첼시를 일부 팬들은 강하게 타박하기도 했다. 2015년 여름 맨시티는 980억원의 이적료로 그를 품었다. 3년여 만에 몸값이 8배 가까이 뛴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오른쪽) 감독과 포옹하는 케빈 더브라위너. /맨체스터 시티
더 터프한 리그인 잉글랜드에서 복귀 첫 시즌에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4강을 맨시티에 안긴 더브라위너는 다음 시즌 과르디올라를 만나면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중앙 미드필더라는 딱 맞는 옷을 입은 그는 세계 최고 미드필더 논쟁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2017-2018시즌 EPL 최초 승점 100점 우승에 이어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벨기에를 3위로 이끌었으며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의 무릎 부상을 딛고 강력한 올해의 선수 후보로 떠올랐다. EPL 통산 152경기 64도움을 자랑하는 더브라위너는 150경기 기준 어시스트 역대 1위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에리크 캉토나(53개)를 내려다보고 있다. EPL 최단 경기 50도움(123경기) 기록도 더브라위너가 갖고 있다. ‘패스 마스터’ 더브라위너는 홈베이킹이라는 뜻밖의 취미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케이크 만드는 과정은 그라운드에서 완벽한 패스를 연결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모든 요소가 올바른 방식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