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금융권 메기, 일자리 창출. 금융사가 끌고 정부가 밀어주며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핀테크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1년 전의 사모펀드 이야기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사모펀드 개편안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쉽게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자신했다. 현 정권뿐만 아니다. 민간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사모펀드 시장을 열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자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사모펀드로 몰렸다. 350명 수준의 사모운용사 임직원은 그사이 3,000명을 웃돌며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일자리가 늘었다.
하지만 순항할 것만 같았던 사모펀드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사고의 징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3~4년 전부터 거론된 운용사들로 결국 사고 쳤다.” 운용업에서 20년째 종사해온 한 사모운용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그는 몇몇 운용사를 볼 때 정상적인 펀드운용으로 보기 어려운 행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언론을 통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못 본 체했다. 지난해 라임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의 일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른 핀테크 보안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권과의 역차별 논란까지 일으키며 정부는 핀테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규제를 허물고 금융권의 메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며 핀테크를 ‘만능키’처럼 우대한다. ‘사모펀드 데자뷔’라고 하면 지나친 걱정일까. 보신주의 금융권에 혁신을 좇는 핀테크 육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모펀드 순기능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사고의 징후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사고의 징후는 미리 찾아온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의 사모펀드 대란은 피할 수도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