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문숙 기자
연상호 감독이 사활을 건 게 분명하다. ‘부산행’의 좀비보다 훨씬 더 빨라졌고, 속도감과 쾌감은 두 배가 됐다. 영화 ‘반도’는 여름 극장가 태풍의 눈이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반도’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리는 ‘반도’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아낸다. 여기에 배우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이레,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예원 등 막강한 캐스팅 라인업을 통해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개봉하는 것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7월에 개봉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왔으나, 예상 못한 상황이나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며 ”어쨌든 예정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준비한 대로 개봉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극장이 북적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규모 언론 시사회에 감회가 새롭다. 오래 침체돼있던 극장가에 활력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지난 2016년 선보인 ‘부산행’으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키면서 ‘K좀비’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부산행’을 만들 때는 ‘K좀비’라는 말이 생길 줄 예상 못했다“며 ”그런 말이 생겼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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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의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특성이 있다기 보다는 좀비는 공간적 특성과 많이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부산행’은 고립된 KTX라는 배경과 결합돼 좀비의 캐릭터가 생겼다면, ‘반도’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된 서울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내에 등장하는 음악이나 소품 등에서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부산행’에 공유가 있었다면, ‘반도’에는 강동원이 있다. 강동원이 맡은 ‘정석’은 4년 전 전대미문의 재난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강도 높은 액션과 함께 감정 연기까지 소화했다. 강동원은 “어떤 영화든 속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감독님이 그리고 계신 비주얼과 생각들이 좋았고 시나리오를 봤을 땐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또다른 이야기를 그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영화를 결정하고 개봉을 기다릴 땐 압박이 있고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부산행’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유 형의 팬들도 응원해주실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현실성을 가지고 약간은 차가울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재난 상황을 맞으면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실망감을 느끼면서 염세적인 측면도 생겼을 것”이라며 “잘 훈련된 군인이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라 생각했다. 오히려 민정의 가족이 진짜 히어로라 생각했다. 그들을 만나면서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생애 첫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이정현은 남다른 생존력과 모성애로 폐허가 된 땅에서 4년 넘게 살아남은 생존자 ‘민정’을 연기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한 번만 읽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보였고,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정확히 짚어주신 디렉션이 큰 도움이 됐다”며 “민정 캐릭터는 모성애 때문에 폐허의 땅에서 살아남은 캐릭터다. 단지 아이 때문에 살아가고 강인하게 짐승처럼 살아 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탁월한 운전 실력을 갖춘 준이 역 맡은 이레는 강력한 좀비 떼를 헤쳐나가는 카체이싱을 선보이는 등 전투력 최강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레는 “미성년자라 직접 운전을 연습할 수 없어 시뮬레이션을 하고 선배님들께 도움을 받아 멋진 신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다”며 “더운 여름에 저희 카체이싱 장면 보고 시원하고 통쾌한 감정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작품은 ‘부산행’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연 감독은 ‘부산행’과는 다른 엔딩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좀 더 희망적이었으면 했다. 영화라는 메시지를 통해 희망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과거보다 더 반영이 된 것 같다.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연 감독은 “‘부산행’을 공개하고 신기했던 건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더라. 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장인어른, 부모님들도 속편에 대한 기대를 주셨다. 그게 신기하더라”라며 “‘반도’를 준비하며 제일 신경 쓴 부분은 보편적인 메시지에 전 연령층이 다 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코로나19 속 전연령대가 극장이란 공간에서 함께 추억을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반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