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자료를 뉴욕주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추문 스캔들을 막는 과정에서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이 대통령의 납세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대선캠프 측은 2011년 이후 연방·주(州) 납세기록을 검찰에 제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6년 대선 운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은 과거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한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약 1억5,626만원)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주 맨해튼 지검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 그룹이 관여해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측 회계법인 ‘마자스 USA’에 대통령의 8년치 납세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재임 중 모든 형사소송과 관련해 면책특권이 있다며 기록 제출을 거부해왔다.
이날 대법원은 7대2로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수 성향 대법관 5명 중 3명도 검찰 측 주장에 수긍한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모든 시민은, 대통령이라도, 절대적으로 형사소송법상의 증거 제출에 대한 공통적인 의무를 져야 한다”며 “오늘 그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엄청난 승리”라며 자축했다.
다만 대법원은 하원이 재무기록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선 더 심리가 필요하다며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기록 제출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라는 것이다. 앞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는 대통령의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며 마자스USA가 보유한 재무기록 확보를 추진했다. 금융위는 대통령 측의 부동산 거래 자금세탁 의혹을, 정보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에 외국 개인이나 정부의 영향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인종 차별 철폐 시위 등 잇따라 악재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은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며 “이것은 모두 정치적 기소”라고 말했다. 또 “이제 정치적으로 타락한 뉴욕에서 계속 싸워야 한다. 대통령직이나 행정부에 공정하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록 공개가 미뤄지며 오는 11월 대선 전에 자료가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CNN의 법률 자문인 제프리 투비는 “대통령은 사법 절차가 계속 진행되면서 (당장은 기록이 공개되지 않게 돼) 실리를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AP통신 역시 “적어도 자신의 재무기록을 비공개로 유지하려고 노력한 트럼프에게 단기적인 승리”라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