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중심국제(SMIC)는 홍콩에 상장한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로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중국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세계 3위 패키징 테스트 기업인 중국 강소장전테크놀로지(JCET)와 협력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TSMC와 삼성전자를 거친 양몽송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하면서 핀펫 공정을 활용한 14㎚ 제품 양산에 성공해 현재는 7㎚ 공정개발에 착수했다.
업계 선두인 TSMC와는 2~3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3·4위인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에 비해서도 기술 수준이 낮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SMIC를 예의주시하는 배경은 거대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뒷받침이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52.9%를 소비하고 있지만 국산화율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반도체 굴기 정책과 반도체 1기 펀드(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를 통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했다. 결과적으로 하이실리콘·칭화유니 등 경쟁력 있는 팹리스 기업이 나왔다. 또한 미국 상무부 제재 강화로 오는 9월부터 화웨이가 TSMC로부터 반도체를 조달할 수 없게 돼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2,000억위안(약 34조3,000억원) 규모의 2기 펀드를 조성하고 SMIC 자회사에 22억5,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하며 막대한 자금을 다시 투입하기 시작했다.
SMIC는 올 하반기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에 주식을 추가 상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464억위안(약 7조8,000억원) 이상을 조달해 14㎚ 공정 제품 양산 능력 확충, 7㎚ 공정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이 돈이 SMIC에 유입돼도 한 해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TSMC와 삼성전자를 당장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을 배경으로 한 SMIC의 고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