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리팍·잠실주공 2주택자, 종부세 4,944만원→1억2,648만원 '껑충'

■다주택자 종부세 징벌과세
공정가액비율·공시가 현실화 겹쳐
강남 3주택자 종부세 억대 급증
'똘똘한 한채' 1주택자도 부담 늘어
보유세 강화로 매도 유도한다지만
양도세까지 올려 매물잠김 가능성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김현미(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0%까지 올리고 1년 미만 단기차익에는 70%의 양도소득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부자들을 겨냥한 징벌적 증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형주기자

10일 정부가 발표한 ‘7·10부동산대책’도 결국 ‘다주택자=집값 상승 주범’으로 보는 기존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한 번에 최대 6%(현행 3.2%, 과세표준 94억원 초과)까지 끌어올려 주택 매각을 유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 두 채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율 인상과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등과 맞물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포·잠실 2주택자 종부세 7,700만원↑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7·10부동산대책’에 따른 다주택자의 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종부세 부담이 2~3배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시세가 16억7,000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차(84.5㎡)와 21억5,0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 두 채를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은 올해 1,856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3,076만원 급증한다. 이 경우 종부세율은 현재 1.8%(과표 12억~50억원)가 적용되지만 이번 정부 대책에 따르면 3.6%로 1.8%포인트 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이 구간의 종부세율을 1.8%에서 2.0%로 0.2%포인트 올릴 계획이었는데 당이 주도한 이번 대책에서 세율 인상 폭이 9배 커졌다. 종부세 과표에 적용되는 공시가격이 내년 10% 상승한다고 가정했고 정부 방침에 따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이 각각 90%에서 95%로, 200%에서 300%로 오른다는 점도 감안했다.

지난 5월 37억원에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12.9㎡)와 시세가 23억원대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82.5㎡)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종부세 부담액이 4,944만원이지만 내년에는 무려 1억2,648만원으로 7,704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를 모두 보유한 3주택자라면 종부세 부담이 올해 7,230만원에서 1억9,478만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도 지난 12·16대책을 통해 발표된 대로 종부세율이 전 구간에 걸쳐 0.5~2.7%에서 0.6~3%로 0.1~0.3%포인트 오르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예컨대 가장 낮은 과표 3억원 이하 구간(시가 17억6,000만원 이하)의 종부세율은 0.5%에서 0.6%로 상향 조정된다. 시가 17억6,000만~22억4,000만원 상당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도 종부세율이 0.7%에서 0.8%로 오른다.


보유세 올린다고 매물 나올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은 단일안만 놓고 검토한 게 아니라 5%·6% 등 여러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해 실제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어느 정도 키워야 이들이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뺀 나머지 주택을 내놓을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3주택(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3억원 이하 0.6→1.2% △3억~6억원 이하 0.9→1.6% △6억~12억원 1.3→2.2% △12억~50억원 1.8→3.6% △50억~94억원 2.5→5.0% △94억원 초과 3.2→6%로 두 배가량 대폭 상향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부 기대와 달랐다.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당정의 잘못된 문제의식은 차치하더라도 보유세 강화가 주택 매물 출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종부세 강화와 함께 거래세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인상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올렸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조세제도를 통해 징벌적 과세를 해 부동산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경제부총리는 “종부세를 올리면서 양도세를 함께 올리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투기적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양도세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종=한재영·하정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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