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기회가 줄어들면서 지난 1·4분기 가계의 여유자금이 분기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은 지난해 동기(27조8,000억원)보다 140.3% 급증한 66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현재 방식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대다.
자금순환이란 일정 기간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기록한 통계인데 해당 기간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총괄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가계의 순자금 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플러스를 나타낸 것은 금융자산의 순 취득액(자금운용)이 금융부채의 순 발행액(자금조달)보다 더 컸음을 뜻해 여윳돈이 늘었다는 얘기다.
대치동 일대 /연합뉴스
1·4분기 가계의 자금운용(금융자산 순취득)은 81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5조 6,000억원)보다 46조 2,000억원이나 늘었다. 가계의 자금조달(금융부채 순 발행)도 1년 전(7조 8,000억원)의 약 두 배인 15조원이다.
지난 1·4분기에 소득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신규 주택투자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준공 실적은 지난해 1분기 14만호에서 올해 1분기 10만 3,000호로 감소했다.
가계의 금융자산별 자금운용 변화를 살펴보면 금융기관 예치금 순 취득액이 36조9,000억원에서 63조원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경우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 대기성 자금이 많이 늘면서 단기 저축성 예금 등이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14조1,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