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0일 새벽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수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박 시장에 대한 부검 여부는 이날 저녁 늦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박 시장 변사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사 절차에 돌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신 발견 직후 이뤄진 현장감식에서 별다른 타살점이 확인됐지 않은데다 박 시장의 자필 유서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숨지게 된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사망 전 휴대폰 통화내역과 동선 등 행적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한 뒤 유족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사인이 밝혀져도 고인과 유족을 고려해 언론에 공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찰은 박 시장 시신을 부검할지를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족과 협의 중”이라며 “종합적인 수사가 끝나면 부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비서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수사가 중단된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공소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곧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하게 돼 있는 절차에 따라 통상적인 과정을 거쳐 처리할 것”이라며 “송치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10시44분께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다. 박 시장의 딸은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박 시장 휴대폰의 최종 기지국을 서울 성북구 관내로 확인하고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였다. 585명의 경찰·소방 인력과 수색견·드론 등을 동원한 당국은 와룡공원, 국민대 입구, 곰의 집, 북악산 팔각정을 꼭짓점으로 잇는 지역 내부를 7시간여 수색한 끝에 박 시장의 시신을 이날 0시1분께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발견했다. 이후 과학수사팀의 현장감식이 3시께까지 이어진 후 박 시장의 시신은 3시20분께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과 부검 여부는 오후 늦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장감식에서 별다른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박 시장이 남긴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실제 부검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