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상습적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팀닥터’ 안주현(45)씨가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안씨는 최 선수의 사망 사건이 불거진 뒤 잠적했다가 열흘 만에 체포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처방사인 안씨를 폭행 및 불법의료행위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팀닥터는 일반적으로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말하지만 안씨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 등도 갖추고 있지 않은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최 선수는 생전인 지난 3월 가혹행위 가해자로 경주시청팀의 김규봉 감독을 비롯 운동처방사 안씨, 선배 선수 2명 등 총 4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경주경찰서는 지난 5월29일 최 선수 고소에 따라 김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강요·사기·폭행 혐의를, 안씨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 등을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도 생전에 남긴 녹취록, 훈련일지, 동료들의 추가 피해 증언이 잇따르자 경북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8일 안씨를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앞서 시 체육회는 지난 5일 안씨가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같은 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주시청 선수들의 자필 진술서에도 안씨의 성추행 정황이 담겼다. 선수들은 진술서에서 “(안씨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라며 뺨을 2차례 때렸다가 갑자기 또 웃으면서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고 이뻐했는데’ 하면서 볼에 뽀뽀를 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최 선수가 생전 남긴 녹취록에 따르면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안씨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을 가했으며, 폭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음주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녹취록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안씨는 “운동을 두 탕을 하고 밥을 한 끼도 안 먹고 왔는데 쪄 있잖아. 8.8일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물었고, 최 선수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안씨는 “네 탓이잖아? 3일 굶자. 오케이?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잖아?”라며 “이리 와, 이빨 깨물어.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라며 찰싹 소리가 나게 계속해서 빰을 때렸다.
금품 횡령 등의 혐의도 받는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안씨가 심리치료비, 훈련비, 몸상태관리비 등 명목으로 안씨의 계좌에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혐의와 관련해 안씨는 지금까지 경주시체육회나 경주시청의 연락을 받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잠적해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