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때문에 없앤 방광 '소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으로 대체

■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
연간 100건 이상 수술 '국내 최다'
70세 이상·장애인 등 스스로 소변
소변 주머니 안 차 운동·성생활도

# 근육 침범 방광암으로 병원을 찾은 52세 남성 A씨. 방광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근치적 방광절제술)과 함께 소장의 일부를 잘라 방광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수술(인공방광수술)을 받았다. 심한 백내장을 방치해 양쪽 눈도 실명 상태여서 방광을 만들어주지 않고 소변 주머니를 달 경우 스스로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A씨도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 10년 전 사고로 양측 손목이 절단된 77세 남성 B씨도 근육 침범 방광암으로 방광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과 인공방광수술을 받았다. 남아 있는 팔을 이용해 배를 압박, 본인 스스로 소변을 보고 있다.

방광암은 비뇨기에 생기는 암 가운데 재발률 및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방광암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는 2015년 2만9,218명에서 지난해 4만221명으로 38% 증가했다.

방광암 환자의 75~85%는 표면에만 암이 발생한 상태(표재성 방광암). 10~15%는 근육까지 침범(근육 침범 방광암)했고 5%는 다른 곳으로 전이(전이성 방광암) 단계다. 표재성 방광암은 방광을 유지한 채 종양의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반면 근육 침범 방광암은 재발율이 45%나 되고 주변으로 잘 전이돼 방광을 잘라내는 적출술을 한다. 이때 흔히 병원에서 소변 주머니를 밖에 다는 수술(회장도관 요로전환술)을 한다. 목숨은 지켜냈지만 배 바깥에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해 운동을 할 수 없고 더운 여름에는 냄새 때문에 외출하기도 어려워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방광암 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게 인공방광수술이다. 환자의 소장 일부를 잘라 새 방광 모양으로 성형,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고 등산·골프·성생활도 가능하다. 오줌 주머니를 차지 않아 미관상으로나 기능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인공방광은 1~2개월 적응하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일반 방광암 환자는 물론 장애인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돼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100건 이상의 인공방광수술을 시행,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공방광수술을 집도한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은 “몸에 장애를 가진 분일수록 타인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인공방광수술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인공방광수술 도입 초창기에는 수술 시간이 8시간 이상 걸렸지만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지금은 3~4시간으로 줄고 신경·혈관손상을 최소화해 출혈도 적다”며 “항생제 사용량을 낮출 수 있는 인공방광수술을 통해 항생제 내성균 문제도 해결하는 등 무항생제·무수혈 수술을 실현, 70대 이상의 고령 환자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방광암 환자자도 인공방광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약 300례의 무항생제 수술 결과를 정리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동현(가운데)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이 방광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목동병원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가 방광암 수술한 환자 가운데 70세 이상 280여명(80세 이상 남성은 29명)도 인공방광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 센터장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장애인은 물론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들까지 인공방광수술로 정상적 생활이 가능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는 국내 하나 뿐인 인공방광수술센터로 국내에서 인공방광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 5개과(비뇨의학과·영상의학과·감염내과·병리과·외과) 의료진이 정기 컨퍼런스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 환자를 어떻게 해결했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치료방법을 논의하는 협진체계를 갖춰 치료 성과와 환자 만족도가 높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