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30대는 ‘영끌’이라도 할 수 있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해 모아놓은 돈도 없는 저는 어떻게 내 집 마련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차라리 10년 일찍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만 듭니다” (20대 사회초년생 A씨)
현 정권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20대 등 사회초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10년 일찍 태어났어야 했는데 늦게 태어난 게 죄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아파트값을 보고 낙심하는 20대 사회초년생들의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분노는 최근 조망된 신혼부부 등 30대의 그것과 다르다. 30대는 모아놓은 자금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직장대출까지 다 동원하는 이른바 ‘영끌’을 통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20대의 경우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도 서울 아파트 매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안’ 산 것이 아니라 ‘못’ 샀다는 점에서 이들은 더더욱 허탈함과 박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 2,582만원 가량이다.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6억 635만원)과 비교하면 3억 1,947만원 오른 값이다.
인크루트가 올해 초 신입사원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예상초임 연봉을 주관식으로 입력받은 결과 대기업의 평균 초봉은 약 3,958만원 수준이었다. 초봉 기준으로만 보면 8.1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돈이 3년 새 오른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가면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이들의 평균 초봉(2,834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11.3년을 모아야 했다. 한 20대 청년은 “10년을 아껴도 모을 수 있을까 한 돈이 단 3년 만에 올랐다”며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한탄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이런 상황 속에 직접 매수에 나선 20대의 수도 증가 추세다. 올 1~5월 전국 20대의 아파트 매입 건수 1만 4,72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8,738건), 하반기(1만 4,661건)에 이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급등한 가격에 지난해 하반기 1,681건에서 올해 1~5월 1,166건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도의 경우 같은 기간 4,195건에서 5,123건으로 늘어났다. 6월 거래 건이 합쳐지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20대가 매수하는 경우도 결국 부모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금수저’들에 한정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들은 같은 20대라 할지라도 아파트를 상속, 증여받을 수 있는 여타 동년배들과의 ‘자산 격차’에 대해서도 박탈감을 표하고 있다. 한 20대 청년은 “돈 벌기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을 하느냐”며 “결국 부모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금수저’들의 잔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