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2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판매시장이 매년 1만건 이상의 소비자불만이 접수되며 여전히 ‘레몬마켓’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판매시장은 소비자 피해가 폭주하며 ‘불량마켓’이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레몬마켓은 중고차 시장을 빗대어 만들어진 용어다. 시고 맛없는 레몬만 있는 시장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에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고차시장이 산업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만큼 시장 자체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이 지난 2014년부터 10일까지 총 6만6,90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만건가량의 불만 상담이 접수된 셈이다. 특히 2018년부터는 총 2만783건이 접수돼 전체 품목 중 스마트폰·침대·정수기·재킷 등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가격이 1,0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중에서는 중고차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판매된 중고차는 224만대로 178만대가 판매된 신차 시장보다 더 크다. 그런데도 침수된 차를 속여 파는 등 불법과 사기가 빈번하고 소비자 협박까지 발생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실제 경찰은 최근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린 뒤 실제로는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고차 딜러 44명 등을 입건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차시장 인식을 조사한 결과 76.4%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이유로는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이 꼽혔다. 중고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는 대부분 성능조작 등 매매사기와 관련된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소비자원 등을 통한 구제가 한계가 있어 결국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어 소비자의 불편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이 후진적인 가장 큰 이유는 6,000여개에 달하는 영세업체들이 난립해 ‘치고빠지기 식 영업’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부터 두 번(3년+3년)에 걸쳐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운영돼오다 지난해 초 일몰됐다. 그 사이 중고차 시장에 발을 들였던 유일한 대기업인 SK(034730)그룹은 사업을 매각하고 손을 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보호와 시장 선진화를 위해 대기업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경연 조사에서도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23.1%)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중기적합업종 기간 종료 후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심의한 동반성장위원회 역시 지난해 11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소기업부에 제출했다. 동반위가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영세 중고차판매업체들로 구성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은 중소기업부로 넘어갔다. 중기부는 원래 동반위 의견을 받은 후 6개월 내에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안을 처리해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