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지만 다행히 이렇다 할 문제가 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부동산·주식 투자 붐까지 더해지면서 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패닉바잉’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결국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가계부채도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개인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이미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은 과도한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95.5%로 전 분기(93.9%)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적정 수준을 넘어선 부채는 경제성장을 제약한다.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시급한 과제로 꼽는 이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5%를 넘어섰다”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 비율이 70·75% 수준이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가계가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여 결국 경제성장을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우리 정부가 예방주사를 놓기 위해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유의해야 할 수준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져 취약계층에서 정책자금 대출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른바 ‘빚투’라고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부동산이 폭등하니 부채를 져도 투자를 해볼 만하다는 심리가 퍼졌다”고 이유를 짚었다. 그는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DSR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더디게 하고 차주의 부실 위험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IMF도 그렇게 권고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DSR은 한 명의 차주가 벌어들이는 연간 총소득에서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 비중이다. 모든 주택대출 원리금과 기타대출 ‘이자상환액’만 보는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비해 깐깐한 규제다. 은행은 지난 2018년 10월31일 이후 취급하는 가계대출에 대해 내년 말까지 평균 40% 이하, 2금융권은 지난해 6월부터 취급하는 가계대출에 대해 내년 말까지 60~160% 이하를 달성해야 한다.
이 중 은행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 대해 차주별로 DSR 40%(비은행권 60%)를 적용하고 있다. 투기지역·투과지구에서 개개인에게 DSR 40%를 못 넘는 선에서만 대출을 해줘야 하는 뜻이다. 은행은 조정지역·비규제지역에서 개개인 DSR이 40%를 넘어도 전체 평균만 40%를 맞추면 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수 차주의 DSR이 40%를 웃도는 만큼 적용범위를 확대해 본인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지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행에 ‘책임대출’ 관행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라는 연쇄 상승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다층적으로 이뤄지는 주택대출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된 주택담보대출 외에 추가 전세대출, 2금융권을 통한 2차 대출, 보유주택과 연동한 추가 대출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 연구위원은 “주담대 최우선 담보권을 가지는 금융기관이 차주가 안정적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책임대출 관행이 강화돼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차주가 과도한 대출로 인한 생계 곤란에 직면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김지영·이지윤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