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이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KPGA
우승컵 들어 보이는 김주형. /사진제공=KPGA
김주형(CJ대한통운)은 ‘18세 베테랑’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중국과 필리핀, 호주, 태국으로 옮겨가며 자란 그는 아시아 투어 무대에서 프로 경력을 쌓으며 ‘떠오르는 별’로 통한다. 지난해 17세 나이로 데뷔한 아시아 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둬 정규 투어에 진출했고, 11월에는 아시아 투어 데뷔 세 번째 대회였던 인도 파나소닉 오픈을 제패했다. 아시아 투어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에 달성한 우승이었다.
‘준비된 신인’ 김주형이 ‘한국 골프의 미래’임을 입증하는 데는 2개 대회로 족했다. 1주일 전 강렬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두 번째 두드림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김주형은 12일 전북 군산CC 리드·레이크 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김민규(19·14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주 시즌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부산경남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데 이어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친 김주형은 KPGA 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KPGA 투어 프로선수 최연소 우승(18세21일),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17일) 기록으로 첫 승의 화려함도 더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그는 2주간 1억5,000만원을 벌어 상금과 평균타수 등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개 대회를 세계랭킹 300위 이내 선수(113위) 자격으로 출전했던 그는 이번 시즌 남은 대회에 이어 2023년까지 KPGA 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김주형은 경기력에서도 ‘18세 베테랑’으로 손색없었다. 한 주 전 연장전 패배 이후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2번홀(파5)에서 보기를 먼저 적어내 한때 교포선수 한승수(34·미국)와 이날만 9타를 줄인 김민규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9번(파5), 10번홀(파4) 연속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복귀한 뒤에도 고비를 겪었다. 12번홀(파4)에서 1m 버디 퍼트를 놓친 사이 이 홀과 13번홀(파5)에서 먼 거리 버디를 연속으로 성공시킨 한승수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자신의 실수로 반격을 허용하면서 흔들릴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김주형은 흔들림이 없었다. 15번홀(파4)에서 2.5m 버디를 잡아내 같은 홀에서 보기를 범한 한승수에 2타 차로 앞서며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마지막 고비는 16번홀(파4)에서 찾아왔다. 김주형의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감겨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을 침착하게 그린에 올린 뒤 3m 남짓한 만만찮은 퍼트를 홀에 떨궈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우승을 예감한 순간 한승수가 17번홀(파3)에서 50cm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운명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무너진 쪽은 한승수였다. 한승수의 드라이버 샷이 페널티 구역으로 향했고 이를 확인한 김주형은 페어웨이우드 티샷으로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영리함도 보여줬다. 김주형은 가볍게 파를 지켜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왕년의 신동’ 한승수는 마지막 홀에서 2타를 잃어 3위(13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주관 대회 5승으로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의 10대 시절 시즌 최다승(4승) 기록을 넘어섰던 한승수는 캐나다,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활동했으며 이번 시즌 KPGA 투어 시드권자로 대회에 나서고 있다.
김주형은 “어려운 경기였는데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지난주 연장전에서 진 뒤 다음 날 아침부터 연습장에 가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오늘 몇 차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습한 것을 믿고 플레이했다”고 돌아봤다.
한편 이동민(35)은 2개 대회 연속 홀인원이라는 KPGA 투어 최초 기록을 세웠다. 지난주 1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홀에 넣은 그는 이날 17번홀(파3·175야드)에서 9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이 홀 속으로 사라지는 행운을 다시 누렸다. 최종성적은 9언더파 공동 12위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