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톡톡]코로나19는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美 멀티패밀리도 꺾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임대료 더 크게 하락할 듯
회복 속도는 더 빠를 것으로 전망
CBRE, "2022년 1·4분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전망
코로나19 재확산 빨라지며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

미국의 임대주택리츠 이쿼티레지덴샬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멀티 패밀리 /사진=이쿼티레지덴샬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하면서 주택 가격이 비싼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교외로 이사를 가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하죠.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지난 4월 말 미국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도시 거주자들의 39%가 인구 밀도가 낮은 교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뉴욕 맨해튼에서는 임대주택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 같은 미국 주택 시장의 상황은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내 기관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임대 아파트인 미국‘멀티 패밀리’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떄문입니다.

단기적인 전망은 부정적입니다. 당분간 멀티 패밀리의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BRE는 최근 미국 멀티 패밀리 시장의 공실률이 작년 4·4분기 4.1%서 올 4·4분기에는 7.2%로 3.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임대료는 올 한해 동안 8.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대료 하락 수준으로만 높고 보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이다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CBRE는 코로나19가 멀티 패밀리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닷컴버블 붕괴 당시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닷컴버블 붕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멀티 패밀리 시장이 회복되는데 3년이 걸렸습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올 4·4분기에 바닥을 찍고 내년 1·4분기에는 회복되기 시작해 2022년 1·4분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멀티 패밀리 시장 임대료 및 임대료 성장률 추이 /자료=CBRE

CBRE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습니다. 우선 코로나19가 과거 닷컴버블 붕괴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유형의 위기라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멀리 패밀리 시장의 펀더멘털 자체가 붕괴된 건 아니라는 거죠.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미국의 멀티 패밀리 시장이 최근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티 패밀리 시장은 지난 10년간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공실률은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미국 멀티 패밀리 공실률은 작년 3·4분기에 3.6%로 2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 인구 구조의 변화, 도시 생활에 대한 선호도 등으로 멀티 패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CBRE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멀티 패밀리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교외 단독 임대 주택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이후의 주택 시장에 대해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경제 활동을 재개하자 다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중단하는 지역이 늘고 있는데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19가 사라질 것 같지 않다”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이처럼 아직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속단하기 이른 상황입니다. 멀티 패밀리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지금 당장 정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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