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내년 초 백신 나와도 코로나 수년간 지속..접종까지 한국은 1~2년, 개도국은 3~5년 소요”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인터뷰]
빠르면 연말~내년초 백신 효과 여부 알 수 있을 것
“백신 생산능력 없는 후진국까지 맞추려면 3~5년”
세계 인구 60~70% 접종하려면 최소 50억개 필요
내년말까지 백신생산 20억개 불과해 턱없이 부족
변이로 인해 백신이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
최악 바이러스는 아니나 무증상자가 퍼뜨려 문제
K방역 롤모델 돼..바이오헬스 세계로 뻗을 기회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알게 돼 생산에 들어가면 한국 등 백신 제조국가는 1~2년 내 접종을 마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까지 하려면 3~5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년(many years)간 지속될 것입니다. 백신을 올해 말~내년 초쯤 개발한다고 해도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해 세계 인구의 70%가량이 접종을 받으려면 생산·보급이 원활히 돌아가더라도 3~5년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제롬 김(61·사진)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만약 우리가 백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질병은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을 계속 감염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내년 중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감염자의 경우에는 일부 항체가 생기게 돼 감염병 확산은 제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모든 것이 다 잘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어떤 백신 후보가 안전성과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백신이 모두에게 돌아가기까지 수년 간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년 말까지 전인류를 위한 백신 개발은 불가능해”
제롬 김 총장은 의사이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미국·중국·유럽 등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 차원에서 아무리 좋은 상황이더라도 내년 말까지 만들 수 있는 백신이 20억개 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7년 설립된 CEPI는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위해 각국의 공조로 14억달러(약 1조6,800억원)를 모금한 데 이어 올 5월 코로나19 백신·치료제·진단키트 개발·보급용으로 세계보건기구(WHO)·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과 함께 74억유로(약 10조원) 출연을 약속받았다. 그는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백신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내년 말까지 50억개 정도가 필요하다”며 “백신을 충분히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 수년간 코로나19 위협에 노출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고 얼마나 빨리 충분한 양의 백신을 조달해 집단면역을 이루느냐에 따라 퇴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인구의 60~70%가 백신을 맞으려면 최소 3,000만개의 백신이 필요할 텐데, 백신 생산능력이 좋아 개발·생산 뒤 1~2년이면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백신 제조가 안 되는 나라들은 기다려야 해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 속도 너무 빨라…2~3년간은 안전한지 지켜봐야”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따라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오래 존재해온 것들이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1981년 처음 보고된 후 3,790만명을 숨지게 했고 현재 감염자도 3,800만여명에 달하며, 스페인 독감은 1918~1920년에 (5,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숨지게 한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인 천연두는 사망률이 30%였는데 이제는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이러스를 식별해 염기서열화하고 인터넷에 데이터를 공유하고 백신 개발에 들어가기까지 HIV의 경우 3년이나 걸린 데 비해 훨씬 빨리 코로나19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하지만 전파율이 높고 무증상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아 아주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변이에 관해서는 급속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백신이 다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19가 아직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돌연변이라든지 다른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 등 변수가 있어 앞으로 어떻게 더 변이될지 모른다”며 “다만 현재 HIV에 비해서는 수천 배 느린 변이가 나타나고 독감에 비해서도 열 배 느리게 변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측건대 세계 인구의 70%가량이 예방접종을 하면 감염되더라도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변종에 대한 의미를 아직은 잘 몰라 백신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일지 여부는 임상 종료 이후 적어도 최소 1년에서 3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독감처럼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다시 개발해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백신 개발 시간이 5~10년인 데 비해 지금은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이 이뤄져 예측하기가 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정부는 백신을 빨리 준비하려고 특정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기 전에 위험성을 감수하고 백신을 만들기로 했다. 중국의 칸시노는 백신이 감염을 방지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이 중국 군대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시노팜은 백신 효과에 관한 공식적인 증거도 없이 해외에 나가 있는 노동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백신 국가주의’도 등장해…미·중 위주로 제공될까 우려”
그는 “CEPI는 현재 20억개의 제조능력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20억개의 백신용 유리용기를 주문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계에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후진국에도 백신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쳤다. 세계 어린이의 85%가량이 맞는 소아 백신처럼 가난한 나라를 위해 GAVI가 백신 구입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그들이 CEPI로부터 지원받을 때 합리적 비용으로 백신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백신이 빨리 개발되면 세계인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슬프게도 그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염려를 내비쳤다.

그는 “최근 소위 ‘백신 국가주의’라는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미국이 백신 개발·생산·유통을 위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이름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데 실제로는 자국에만 집중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백신은 글로벌 공공재’라고 하지만 백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미국이나 중국 위주로 우선 제공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흔히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코로나19와 계절과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는 “지금 미국은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는데도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측이 ‘지금 억제하지 못하면 가을에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며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요즘 겨울철로 접어드는 남반구에 있는데도 확산 억제에 성공했다”고 비교했다. 이는 초기에 얼마나 감염병을 잘 억제하고 통제하는지와 관련이 깊고 대규모 재발이 이뤄지더라도 재빨리 불을 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능력 뛰어나… 2025년까지 5대 백신 생산국 도약이 목표”
그는 우리나라의 백신 생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CEPI에 참여하고 있어 기업들에 백신 생산 라이선스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이 백신 기술개발과 훌륭한 제조능력을 갖고 있어 CEPI의 생산 중심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 등 백신 생산기업이 없는 나라가 많다. 한국은 오는 2025년까지 벨기에·아일랜드·프랑스·영국·미국(수출액 기준)으로 구성된 5대 백신 생산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는 각국의 백신 개발을 경마에 비유하며 경쟁의식이 치열해 긍정적이지만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마다) 한두 달 차이로 백신이 잇따라 개발될 경우 세계적으로 많은 수요가 있어 한국·브라질·벨기에 등으로 옮겨 각자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량생산에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들어간 17개 컨소시엄 중 브라질 등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영국 옥스퍼드대와 중국 시노백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회사 두 곳도 전체 불활성화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죽인 뒤 사람에게 주입해 보호반응을 일으키려 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백신은 많은 양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임상2단계라고 했다. GSK와 제휴해 막 새로운 단백질 백신 시험을 시작한 클로버바이오파머슈티컬이라는 중국 회사의 예도 들었다. 미국의 노바백스라는 기업도 단백질 기반의 백신을 가지고 있으며 호주에서 임상1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차별화된 백신 원리도 거론했다. 한국에서는 제넥신이 DNA 백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연세대에서 임상을 처음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완치자도 항체 형성률이 높지 않고 코로나19의 변이로 인해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어떻게 될지는 2~3년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을 더 파악하기 위해 관찰해야 한다 ”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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