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 성찰로 시작합니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장례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박 시장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한 인간의 죽음은 아무리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애도 받을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백 명예교수는 “사는 동안 뜻밖의 일을 많이 겪었지만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은 시민운동가였고, 시장으로서도 줄곧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머물던 당신을 떠나보내는 마당에 시민사회의 애도를 전하는 몫이 내게 주어졌기에 사양할 수가 없었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이어 “늘 수많은 서울 시민들과 이 땅의 국민, 해외 인사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한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백 명예교수는 “30년이 넘도록 이런저런 활동을 당신과 더불어 벌여왔어도 정작 어깨를 맞대고 일한 적은 많지 않고 대개는 당신이 ‘일은 저희가 할 테니 선배는 이름이나 걸고 뒷배가 돼 달라’고 했다”면서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일 줄 모르고 샘솟는 당신의 창의적 발상과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하는 실천력과 헌신성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감과 공부거리를 주고 떠났다”면서 “당신의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과 언론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고 강조했다. 백 명예교수는 이어 “애도에 수반되는 이런 성찰과 자기비판이 당신이 사는 동안 일어났고 당신이 빛나게 기여한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와 진전”이라며 “선진국에서 건강한 시민운동이 쇠퇴하는 판국에 더욱 돋보이는 우리 시민 사회에 활력을 망각하게 만든다면 이는 당신을 애도하는 바른 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운 원순 씨 박원순 시장, 우리의 애도를 받으며 평안히 떠나시라”며 조사를 마무리했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