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박사’ 공격하는 백악관…코로나 책임 화살 떠넘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뒤쪽에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박사가 서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최대 발생국으로 국·내외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한 책임의 화살을 보건 전문가에게 돌리고 있다. 그 첫번째 대상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이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비난 수위를 높이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제 백악관 관리들까지 그의 과거 ‘잘못된 발언’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분위기다.

백악관, 파우치와 대립각 흠집내기 총력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NBC 뉴스에 “여러 백악관 관계자들이 파우치 소장의 많은 잘못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1월 파우치가 코로나19에 대해 “중대한 위협이 아니다” “무증상 감염자에 의해 전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3월에는 파우치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말한 것 등 코로나19 발생 초기 파우치의 발언들을 잘못으로 꼬집었다.

마스크 쓰고 군 병원 방문한 트럼프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파우치가 코로나 19와 관련해 잘못 전망했던 발언들을 목록화 해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주목한 점은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팀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백악관이 파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과거 발언들 중 상당수는 당시에 가용한 최상의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을 비롯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도 파우치와 같은 발언들을 쏟아냈다는 사실이다.

파우치 잇따라 백악관 제동, 미스터 쓴소리로 돌아서
특히 백악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파우치 소장이 잇따라 쓴소리를 내놓으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사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9일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 내 모든 주는 봉쇄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경제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걸었다.

또 지난 10일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사례의 99%는 무해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정보 출처를) 알아보고 있다”며 “누군가 일반적 사망률이 약 1%라고 그에게 말해줬고 그렇다면 99%는 문제가 안 된다고 해석한 듯한데 (그같은 주장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종종 파우치 소장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주에도 폭스뉴스와 그레이TV 등에 출연해 “(파우치 소장은) 좋은 사람이지만 실수도 많이 했다”며 “파우치 소장의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인지 파우치 박사도 지난달 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한 이후 두 달 가까이 그에게 직접 대면 보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을 여전히 신뢰하는지 여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파우치 소장 역시 관련된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