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터빈 생태계 붕괴땐 에너지 안보 위협 받는다"

손정락 산업부 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
불황에 일감 줄고 코로나 덮쳐
가스터빈 부품사 생존 위기 내몰려
미래 산업 지탱할 정책지원 필요


“코로나 사태로 발전용 가스터빈 생태계가 생존위기에 내몰리면서 에너지 안보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버팀목이 돼줄 정부 정책 지원이 절실합니다.”

손정락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사진)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염병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공급사슬의 약점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MD은 30년간 발전용 가스터빈 연구를 해오며 국산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학자다. 1987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로켓추진 연구원으로 시작해 한국기계연구원, 삼성항공(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BK21교수, 한국기계연구원 가스터빈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연료(LNG)를 태워 발생하는 고온·고압 가스로 터빈을 돌려 발전(發電)하는 장비다. 초고온·초고속을 버티는 고급 기술이 필요해 지금까지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만 만들 수 있었다. 두산중공업(034020)은 2019년 이들에 이어 세계 다섯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1조원을 투자하고 21개 대학, 4개 정부연구소, 13개 중소·중견기업과 힘을 합쳐 이뤄낸 쾌거였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상황은 반전했다. 국내 가스터빈 업계는 성장이 아닌 생존을 논할 처지다.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가 덮치면서 면역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이룬 기술 자립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업계 원로인 손 MD가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이다.

손 MD는 “한달 전 창원, 사천 지역의 협력업체들을 방문해보니 공장 가동률이 20%에 그치고, 직원 대부분을 휴업 조치해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지난 수십년 동안 국내 중공업 제조산업을 지행해 온 버팀목이 쓰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가스터빈 전체 부품의 약 70%는 221개 부품업체에서 공급한다, 이 중 연간 매출 100억원 이하가 62%, 종업원 50명 이하가 65%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환경이 열악하다. 손 MD는 “두산중공업이 국내서 가스터빈 부품 70%를 조달받는 상황에서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MD는 가스터빈 생태계의 위기가 국가 에너지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에 설치된 가스터빈 150여대가 전량 해외 수입품”이라며 “코로나 이후 해외 기술자들의 입국과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정비 등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손 MD는 “전력예비율이 남아도는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번졌을 것”이라며 “앞으로를 대비해 주기기인 가스터빈 국산화율을 높이고, 부품 공급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MD는 “기술적 부가가치가 큰 부품들에 대해서는 국내 산업 육성이 필수”라며 “국산화의 디딤돌이 될 중소업체들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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