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영 EY한영 산업연구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전 세계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비욘드 코로나’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완전히 뒤바뀐 새로운 환경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응 전략과 속도에 따라 코로나19 종식은 정부나 기업에 위기가 될 수도, 반대로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 EY한영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 보고서도 이 같은 현상을 조명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뉴노멀’ 시대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가 종식돼도 코로나19 시대를 경험한 사람과 사회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경제인식·소비성향을 보일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뉴노멀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 전략으로 꼽아야 한다.
비욘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은 ‘글로벌 전략 재편’ ‘디지털 기술과 혁신’ ‘사회 안전망과 기업의 역할’ ‘소비자 변화’ 등 4가지로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세계 무역질서 변화에 따른 글로벌 전략 재편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공급망 재정비, 자동화 제조설비 도입, 리쇼어링·니어쇼어링 가속화, 해외 리스크 최소화 등이 핵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의지하는 자동차·제조업 등의 취약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기술과 혁신이다. 기업이 원격업무 확산에 따라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신기술 도입은 물론, 원격·재택근무로 발생할 수 있는 생산성 하락 등 다양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들의 소속감과 업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기대도 코로나19로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기업들은 정부와 협력해 이 같은 새로운 기대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가치관과 성향의 변화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핵심 계층으로 부상할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Z세대 이후의 세대이자 코로나19 위기 전 시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인 포스트 코로나 세대는 사회를 보는 시각이나 윤리적 관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세대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기업이 우수한 인력 확보는 물론 조직 생산성 향상, 고객 대응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최종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 흑사병 등이 사회, 경제의 영구적인 구조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코로나19도 산업과 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도 코로나19의 이후를 생각할 때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을 빠르게 이해하고 대비하는 자만이 생존하고, 또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